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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자료/선교사문헌

존스의 종교 이해, 관련자료들

by 방가房家 2009. 1. 12.

감리교 선교사 존스(George Heber Jones)는 한국 종교에 대해서 가장 수준 높은 이해를 보인 선교사 중 하나이다. 그의 대표적인 글은 전에 소개한 <한국인의 정령 신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 선교잡지에 실린 다른 글들을 찾아보았다. 그의 종교 이해가 어떻게 심화되었는지를 비교해서 볼 수 있는 자료들이다. 이런 자료들을 찾아보게 된 것에는 이덕주 선생님의 논문, “존스의 한국 역사와 토착종교 이해”, <<신학과 세계>> 60(2007)가 긴요한 길잡이가 되었다.
 
1.
George Heber Jones, “The Religious Development of Korea,” Gospel in All Lands (Sep., 1891).

존스의 활동 초기의 글로, 종교에 대한 그의 원래 생각이 드러나는 글이다. 그는 한국의 종교전통을 귀신숭배(demonolatry), 불교, 조상숭배로 나누어 서술한다. 여기엔 명칭의 차이가 있다. 귀신숭배는 그나 나중에 정령숭배(spirit worship)이라고 이름하게 되는 민간신앙을 지칭한다. 그는 이 전통에 꼭 비난하는 용어는 아니라고 단서를 붙이면서 ‘미신’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가 본 귀신은 온 세상에 가득한 ‘왜곡되고 오염된 이미지’들이다. 또 그는 유교를 서술하는 대신에 아예 그가 핵심적으로 생각한 조상숭배만을 언급한다. 그는 조상숭배를 효도에서 비롯한 것으로 서술하면서, 그것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잘못된 길로 묘사한다. 그것은 “아버지 하느님에 대해 알지 못하는 한국인”(417)이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갖는 감정인 것이다.
이 서술들에서 중요하게 집어내야 할 것은 그가 ‘한국에는 종교가 없다’는 입장에서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10여년이 지난 글에서 그는 종교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데, 그 입장과 비교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한국은 이교도의 삶, 이교도의 종교, 이교도의 윤리가 있는 이교도 국가이다. … '무관심'보다 한국을 잘 묘사하는 용어는 없을 것이다. 절에서 열정, 정성, 확신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회의적이고 무관심하다. 옛 체제는 대중들에 대한 장악력을 잃었고, 도덕은 상업적 가치로나 유지되고 있으며, 한국인은 언제나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보여왔다. 이교의 저수지는 고여 있으며, 거기선 죽음의 도덕적 독기가 자라난다. 현재 도덕적 상황을 묘사한다면 바울이 이교 세계에 대해 묘사한 것이 될 것이다. 회칠한 무덤은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안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온갖 더러운 것이 가득하다.
종교가 없는 나라는 기독교에게 기회이다. 법률, 관습, 전통, 믿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영혼은 그가 행하는 것에 영향 받지 않은 채 남아있다. 그렇다면 그에게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을 때 가장 영광스러운 경험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그가 처음으로 맛본 종교이기 때문이다.(417)

 
한국을 ‘종교가 없는 나라’로 묘사하며 이교들만 있다는 태도이다. 그러면서 그가 ‘회칠한 무덤’을 언급한 것은 잘못된 인용이다. 그것은 바울이 이방 종교를 일컫는 표현이 아니라 예수가 바리새인에게 했던 말(마태복음 23:27)이기 때문이다. 후에 ‘종교 있음’을 이야기할 때 그가 인용한 것은 바울의 ‘알지 못하는 신’ 이야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좋은 대조가 된다.
 

2.
George Heber Jones, "Studies in Korean: Korean Etymology," The Korean Repository 1 (Nov., 1892).

한국어 어원들을 조사한 글인데, ‘하늘’에 대한 언급이 재미있다. 한문 천(天)이 하나(一)와 큼(大)의 결합, 즉 ‘유일한 위대함’의 의미를 갖듯이 한글 하늘은 ‘하나’+‘-ㄹ’이라고 풀이하였다. 한국인에게 하늘은 순수한 기원과 순수한 통일성을 의미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러한 논리의 타당성은 차치하고 그가 무엇을 보고 싶었는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天=一+大’이라는 논리는 막스 뮐러가 중국 종교의 원시유일신을 언급할 때 본 적이 있다. 아마 중국선교사들 사이에서 일반화되었던 논의가 아닌가싶다. 존스는 이 논의를 한국의 하늘 개념에 연결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게다가 하늘의 어원을 하나와 관련시킨 것은 ‘하나님’을 주장하는 지금의 개신교인들이 보면 반가워할 시도이다.
 

3.
George Heber Jones, "The Native Religions," Korea Mission Field 4-1, 2 (Jan., Feb., 1908).

이 글은 그의 선교활동 말기에 쓰여졌다. 표현에서나 생각의 깊이에서나 그의 원숙함이 묻어나는 글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인의 정령 신앙>의 태도가 발전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한국인은 종교인이라고 선언하면서 시작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애니미즘, 주물숭배 등의 용어도 나름대로 정리되었는데, 이것은 그 특유의 용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주요 대목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인은 종교적인 사람이다. 그는 무신론자가 아니다. 바울이 고대 아테네 사람들에게 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인도 매우 종교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어디서나 신들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자연 모두가 신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한국인은 사자 숭배에서 볼 수 있듯이 사후의 지속적 존재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관념을 갖고 있다. 한국인은 도덕적 가치를 지니고 있고, 수세대 동안 유식 계층의 주된 업무는 윤리에 대한 철학화 작업이었다. 한국에는 종교 현상이 풍부하다. 유교에서 볼 수 있는 고도로 발달한 국가 종교의 형태와 나란히, 귀신에 대한 믿음과 자연의 힘에 대한 두려움 같은 야만 종교의 잔재도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11)
 
한국인에게 가장 보편적인 신앙은 정령 숭배(spirit worship), 즉 애니미즘이다. … 한국인들의 숭배 대상이 되는 다른 큰 무리가 있다. 그것들은 자체로는 특별한 가치를 지니지 않지만 붙어있는 영혼으로 인하여 힘을 갖게 되었기에 숭배받는다. 이 주물숭배(fetishism)에는 집안의 신들과 일상의 신들이 포함된다. … 한국에는 사람들보다 많은 신들이 있다.(11)
이 방대한 정령숭배, 이것은 정말 진실한 하느님의 편재성을 서툴게 모방한 것이다.(12)
 
한국인들의 종교적 특징들 중 많은 것들이 그들이 기독교 신앙에 대하여 배움의 준비가 되어있음을 나타낸다. 정령들의 보편적인 존재를 믿기 때문에, 그들은 하느님의 영적 속성에 관한 교리를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다. 인간이 도덕적 존재이며 도덕률을 지켜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한 유교 덕분에, 그들은 삶에서 기독교 윤리를 성실하게 드러낼 준비가 되어있다. … 한국인들이 이교 신들에게 큰 돈 들여 기꺼이 제사지내는 정성은, 하느님과 그를 따르는 이들에 대한 아낌없고 거리낌 없고 정성 가득한 사랑과 봉사로 바뀌고 있다.(29)

 
 추가)
위의 글은 1년전 출판된 다음 책의 3장 내용을 전재한 것이다.
 G. H. Jones, Korea: The Land, People, and Customs (New York: Eaton and Mains,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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