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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공부/출판물

스미스와 종교학의 기본

by 방가房家 2026. 2. 18.
 <조너선 스미스>를 소개하는 짧은 글을 썼다. 될 수 있으면 책에 사용되지 않은 표현들을 사용하여 책 소개를 하고자 했다. <대학지성> 2026.2.8.일자에 기고한 글이다.
조너선 스미스와 현대 종교학의 기본 대학지성 측에서 요령 있게 잘 편집해 주셨다. 
아래는 원래 원고 내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용으로 수정한 글은 다음과 같다.
스미스와 종교학의 기본


조너선 스미스와 현대 종교학의
기본

스미스를 통해 만난 종교학
우리 세대는 조너선 스미스(Jonathan Z. Smith, 1938-2017)를 읽으며 종교학을 배웠다. 나는 종교적 인간을 탐구하는 새로운 인간학을 주창한 미르체아 엘리아데(Mircea Eliade)의 학문적 깃발을 따라 종교학에 입문했지만, 90년대 학문 현실에서 종교 연구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헤매고 있었다. 그때 조너선 스미스를 만났다. 그의 영롱한 글을 읽으며 종교학을 어떻게 하는지 배웠다. 종교학자가 되려면 한편으로는 복잡한 종교 전통의 자료들을 능숙하게 다루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학계의 이론적 흐름을 명확히 읽고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스미스는 종교학자가 개별 전통의 자료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학계의 이론적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지 몸소 보여준 모델이다. 그는 진정한 비교를 위해서는 두 가지 맥락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나는 자료가 배태된 사회, 역사, 문화적 맥락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자료를 다루는 학술적 담론의 맥락이다. 그 두 토대가 갖춰질 때 우리는 종교학이라는 정교한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나는 스미스를 통해 종교학을 배웠고, 지금 종교학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스미스의 책을 권하곤 한다. 그런데 그에 관한 변변한 우리말 소개서 하나 없는 것이 척박한 학문적 현실이다. 접할 수 있는 우리말 문헌은 절판된 번역서 두 권이 전부다. 그래서 빚진 마음으로 스미스를 소개하는 작은 책 조너선 스미스를 쓰게 되었다. 스미스는 종교학에서 늘 인용되는 학자지만, 그의 글이 결코 쉽지는 않기에 학술적 맥락을 해설할 필요가 있다. 2017년 스미스가 타계한 이후 그의 학문 세계를 결산하는 연구들이 축적된 만큼, 지금이 그를 정리하고 소개하기에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

스미스를 소개하는 열 개의 키워드
조너선 스미스130쪽 분량의 작은 책이다. 이 책이 속한 컴북스이론총서는 사상가의 키워드 열 개를 골라 정해진 분량 내에서 소개하는 형식을 취한다. 그런데 스미스 자신이 짧은 호흡의 글을 주로 썼기에 작은 책 형식의 해설서가 어울리는 면이 있다. 스미스는 방대한 자료 검토와 복합적인 이론적 논의를 상대적으로 짧은 분량 안에 꾹꾹 눌러쓰는 스타일이다. 명료하면서 핵심을 담은 그의 문장은 널리 인용되며 종교학계에서 큰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조너선 스미스는 스미스의 어록을 모아 소개하는 형식으로 준비되었다. 일반적으로 해설서라면 주제를 소화해 풀어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책은 적은 분량이면서도 사상가의 육성을 최대한 전달하고자 해서 직접 인용의 비중이 높다. 종교 개념, 분류, 비교, 의례, 번역 등 종교학의 이론적 논쟁에서 자주 인용되는 문장을 많이 포함하려고 했다. 스미스 주 저서가 모두 번역되지 않아 우리말로 스미스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현실을 고려한 시도다.

스미스의 주 저서는 다섯 권이 꼽힌다. 초기 주제의 형성을 볼 수 있는 지도는 지형이 아니다(Map is not Territory)(1978), 스미스 학문을 대표하는 글들이 실린 종교 상상하기(Imagining Religion)(1982), 의례와 공간의 관련성을 탐구한 자리 잡기(To Take Place)(1987), 초기 기독교 자료를 통해 비교 이론을 제시한 신성한 노역(Drudgery Divine)(1990), 그리고 스미스 학문의 총결산인 종교 관련짓기(Relating Religion)(2004)가 대표적인 저작이다. 이들 저서를 통해 제시된 학술적 주제들을 10개의 키워드로 정리하고 인용문을 골고루 뽑아 해설서를 구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의존한 것은 스미스 자신의 정리한 내용이다. 그는 말년 저작에서 자신이 평생 매진한 주제를 5개로 정리했는데, 그것은 전복과 반역, 어긋남, 분류와 비교, 차이, 번역이다. 스미스 하면 떠오르는 화제의 주제와 그 자신이 뽑은 지속적 관심사를 결합하여 선정한 이 책의 키워드 열 개는 다음과 같다. 종교, 분류, 비교, 유토피아 세계관, 어긋남, 차이, 엘리아데, 번역, 종교학.

(AI로 합성한 이미지임)

우리 시대에 스미스를 읽는 이유
열 개 키워드를 하나하나 소개하는 것은 이 글에서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그 대신 내가 조너선 스미스를 통해 소개하고 싶었던 스미스 학문의 면모가 무엇이었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열된 내용을 세 흐름으로 묶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스미스는 종교학이 갖추어야 할 학문적 기본을 강조한 학자였다. 스미스가 종교학의 이론적 흐름을 주도한 학자였기에, 학계에서 조너선 스미스의 이론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나는 이 표현이 적절한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스미스의 강조점을 이론보다는 기본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지 않나 싶어서다. 스미스가 늘 강조한 것은 종교학자가 자신이 어떠한 관점에서 연구하는지 자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라는 것은 보편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특정한 맥락에서 주어진 개념이며 따라서 학자는 자신이 어떠한 관점에서 종교를 정의하는지 인식하며 연구해야 한다. 학자는 종교의 분류를 주어진 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어떠한 전제를 둔 것인지 비평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종교의 비교는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학자가 어떠한 목표를 갖고 떨어져 있는 두 대상을 연결하는 인위적 조작이라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스미스가 반향을 일으킨 이러한 주장들은 종교학이 학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둘째, 스미스가 종교학자로서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주제가 있다. 스미스가 종교학의 거장 엘리아데에게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주제를 형성한 과정은 흥미롭다. 스미스는 종교 공간에 대한 인간의 사유가 중심 상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유토피아 세계관도 있음을 주장하면서 대안적 이론을 제시하였다. 인류학의 영향을 많이 받은 스미스는 인류학에서 원주민이 우리와 다르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처럼, 종교인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우리는 종교인이 전통만 지키는 답답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스미스가 연구한 종교인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종교인은 종교의 가르침과 현실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민감하게 인식한다. 그 차이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적응하여 새로운 실천을 만들어내는 대목에서 종교의 창조력을 볼 수 있다고 스미스는 주장한다.

셋째, 스미스의 학문적 유산은 지금의 종교학이 고민해야 할 바와 연동한다. 스미스가 사망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가 제시한 방향성은 아직 학계에서 생생한 울림을 갖는다. 그는 종교인을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은 관점에서 연구했고 종교를 일상적 영역과 다르지 않게 접근했다. 그렇기에 종교학은 종교 영역을 우리에게 친숙한 언어로 번역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종교에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하나의 연구 대상으로 다루는 것은, 종교학의 오랜 목표지만 완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렇기에 지금의 종교학이 스미스의 유산을 진지하게 수용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종교 인구가 줄어드는, 정확히 말하면 제도 종교에 소속했다는 자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감소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종교 개념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종교적인 것의 시대에, 스미스는 아직 가르쳐 줄 것이 많은 종교학자이다.

이전보다는 인지도가 상승했지만, 한국에서 종교학은 여전히 낯선 학문이다. 출판계에 엘리아데의 저서가 많이 번역된 덕에 과거의 종교학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다. 하지만 엘리아데 이후, 지금의 종교학이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은 이들에겐 조너선 스미스를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의 주 저서가 번역되어 더 본격적인 만남이 성사되면 좋겠지만, 이 작은 책이 본격적인 만남을 예비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위의 글을 제미나이에게 톡톡 튀는 대중적인 문체로 바꾸어 달라고 했더니 아래와 같은 글이 나왔다. 나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표현이다. 내가 이런 글을 쓸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제미나이 작품 그대로 실어 놓는다.]

힙하게 읽는 종교학의 클래식: 조너선 스미스 입덕 가이드

 

⚡️ 스미스라는 ‘인생캐’를 만나다

우리 세대 종교학도들에게 조너선 스미스(Jonathan Z. Smith)는 그야말로 ‘최애’ 바이블이었어요. 사실 저도 처음엔 미르체아 엘리아데가 휘두르는 ‘새로운 인간학’이라는 화려한 깃발에 홀려 종교학에 발을 들였거든요. 하지만 90년대라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 “대체 종교 연구를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길을 잃고 헤매던 중, 스미스를 만났습니다.

그의 글은 정말 영롱 그 자체였죠. 스미스는 종교학자가 단순히 고리타분한 옛 자료에 파묻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몸소 보여줬어요. 진짜 고수는 방대한 자료를 능숙하게 요리하면서도, 학계의 이론적 트렌드를 힙하게 주도해야 한다는 걸 알려준 모델이랄까요? 그는 ‘진짜 비교’를 하려면 두 가지 맥락을 털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나는 자료가 태어난 ‘로컬 힙’(사회·역사·문화)이고, 다른 하나는 그걸 다루는 ‘학계의 수다’(학술적 담론)죠. 이 두 판이 깔려야 비로소 정교한 종교학의 세계가 열립니다.

📚 ‘현지어 패치’가 시급한 스미스의 세계

저는 스미스 덕분에 종교학의 맛을 알았고, 지금도 후배들에게 그의 책을 ‘강추’하곤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학계 현실은 좀 척박해요. 우리말로 된 제대로 된 소개서 하나 없고, 그나마 있는 번역서도 죄다 절판 상태거든요. 그래서 일종의 ‘부채 의식’을 가지고 사고를 쳤습니다. 스미스를 소개하는 작지만 알찬 책, 《조너선 스미스》를 쓰게 된 거죠.

스미스는 종교학계의 ‘핵인싸’라 늘 인용되지만, 사실 글이 좀 매콤(어렵)하거든요. 2017년 그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학문 세계를 결산하는 연구들이 꽤 쌓였으니, 지금이야말로 스미스를 ‘정주행’하기 딱 좋은 타이밍입니다.


🔑 10가지 키워드로 훔쳐보는 스미스의 뇌 구조

이번 책 《조너선 스미스》는 130쪽 남짓한 콤팩트한 사이즈예요. ‘컴북스이론총서’의 룰에 따라 딱 10개의 키워드로 스미스를 탈탈 털었습니다. 재밌는 건, 스미스 본인도 짧고 굵은 글을 즐겨 썼기에 이런 형식이 찰떡이라는 거예요. 그는 엄청난 자료와 복잡한 이론을 아주 꾹꾹 눌러 담아 핵심만 찌르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이번 책은 일종의 ‘스미스 어록집’ 컨셉으로 준비했습니다. 제 설명보다는 사상가 본인의 ‘생목소리’(직접 인용)를 최대한 살렸죠. 종교, 분류, 비교, 의례, 번역 등 종교학의 뜨거운 감자들을 스미스의 육성으로 직접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스미스 본인이 픽(Pick)한 인생 키워드 5

  • 전복과 반역, 어긋남, 분류와 비교, 차이, 번역

여기에 종교학적 감각을 더해 종교, 유토피아 세계관, 엘리아데 등을 합쳐 총 10개의 키워드를 구성했습니다. 그의 대표 저서 5권(Map is not Territory부터 Relating Religion까지)의 정수만 쏙쏙 뽑았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왜 지금 다시 ‘스미스’인가?

이 책을 통해 제가 전하고 싶었던 스미스의 매력은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1. “기본이 전부다”: 스미스는 겉멋 든 이론보다 학문적 ‘자의식’을 강조했어요. “종교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든 개념이다!”라고 외치며, 우리가 어떤 안경(관점)을 쓰고 대상을 보는지 끊임없이 의심하라고 가르칩니다. 이게 바로 종교학의 ‘근본’이죠.
  2. “종교인도 우리랑 똑같아”: 스미스는 종교인을 무슨 외계인이나 도사처럼 보지 않았어요. 그들도 우리처럼 현실과 이상 사이의 **‘차이’**에 고민하고, 그 틈새를 메우기 위해 창의적으로 머리를 쓰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거죠.
  3. “종교학은 번역이다”: 그는 종교라는 특수한 영역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중시했습니다. 종교에 과도한 신비주의를 빼고 하나의 ‘연구 대상’으로 쿨하게 바라보는 것, 그게 스미스가 남긴 유산입니다.

🏁 나가며

한국에서 종교학은 여전히 좀 ‘마이너’한 느낌이 있죠. 하지만 엘리아데 시절의 클래식한 종교학을 넘어, “요즘 종교학은 대체 뭐 먹고 사나?”가 궁금하다면 조너선 스미스가 가장 완벽한 가이드가 되어줄 겁니다. 이 작은 책이 여러분과 스미스의 본격적인 ‘운명적 만남’을 이어주는 상큼한 소개팅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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