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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발제

세계종교 교과서를 분석하면서

by 방가房家 2023. 5. 11.

"Religion/s between Covers: Dilemmas of the World Religious Textbook," <<Religious Studies Review>> 31-1&2 (2005), 1-3. 


세계종교 교재들을 분석하는 패널이 2003년 미국종교학회에서 열렸고, 위의 글은 그 결과를 정리하여 2005년에 발표한 글이다. 이 리뷰는 각 전통별로 세계종교 교과서를 분석하여 분량이 꽤 되는데, 그 중에서 서론에 해당하는 글만 간단히 정리하였다.

1. 분석 대상이 된 세계종교 교과서들. 세계종교 교과서는 수십 종이 넘는다. 그 중에서도 어떤 책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지 대충 아는 것만으로도 분석에 큰 도움이 된다. 이 리뷰에서는 다음 15종의 교과서를 주 대상으로 삼았다.
(이 교과서들의 특징 중 하나가 판올림을 거듭한다는 것이다. 교재로 사용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판올림을 하면 학생들이 헌책을 이용하지 못하고 새 책을 살 수밖에 없다. 종교학 분야에서 10판이 넘는 개정을 한 책들은 이들밖에 없다. 아래 목록은 2005년 것이니 지금은 여기서 한 번 이상 판올림 한 책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2. 총론을 쓴 맥윌리엄스는 세계종교 강의의 중요성을 보이기 위한 통계를 인용하였다. 2001년 미종교학회 설문조사 결과. 종교학과에서 개설한 과목들 중 5.5%가 세계종교 입문이었고, 이는 6번째로 빈도가 높은 강의이다. 또한 세계종교 교과서들은 종교학 입문 강의에서도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종교학 입문 강의는 전체 종교학 강의 중 8.7%로, 4번째로 빈도가 높은 강의이기 때문에 이들 수업에서도 사용되는 것을 고려하면 세계종교 교과서가 팔리는 양은 상당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것은 10년 전 통계이고, 내 생각에 현재는 세계종교 강의의 비중이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 특히 교양수업을 중시하는 학교의 경우에는 세계종교 수업의 비중이 더 높을 것이며, 종교학 개론보다는 세계종교 입문이 대표적인 종교학과 수업으로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내가 5년 전에 경험한 바에서도 감지된다: 종교학산업) 이 경향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종교에 대한 추상적 논의보다는 실제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 사회적인 수요이기 때문이다.

3. 저자는 세계종교 교과서가 이미 독특한 장르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학자들은 이 장르에 대해 어느 정도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한편으로 이 책들은 종교학 분야에서 가장 잘 팔리는 책으로서 중요하다. 그런 반면에 이 책들은 학자들이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압축해서 전달해야할 강의를 앞두고서는 이 책들을 찾는다는 것.

4. 저자는 현재 종교학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이론적 반성들이 과연 세계종교 교과서에 반영되고 있는지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문제의 핵심을 세 물음으로 정리하였는데, 이는 세계종교 교과서를 검토하는 좋은 출발점이 된다고 생각된다.
1) 세계종교 교과서들은 종교를 고유한(sui generis) 범주로 전제하는 낡은 모델에 의존하고 있는 것 아닌가? 즉 종교를 독특하고 자율적인 것으로 보고, 문화적이고 정치적인 측면보다는 개인적이고 내적이고 누미노스한 경험임을 강조하는 기존의 종교 개념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저자는 이러한 이론적 논의를 담고 있는 많은 책 중에서도 브루스 링컨의 <<거룩한 테러>>를 예로 든다.
2) 세계종교 교과서는 ‘일신론적인 범주들’에 의존한 나머지 여러 전통들의 풍부한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교과서의 비교를 위한 범주들에 이론적 성찰이 결여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저자는 이러한 이론적 논의를 담고 있는 책의 예로 러셀 맥커천의 <<Critics not Caretakers>>, <<Discipline of Religion>>을 든다.
3) 세계종교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종교사적 숭고함’(religio-historical sublime)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 즉 한 전통의 자료를 합리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복합적인 상상력이라는 반응을, 그 전통의 자료를 자신의 것과 연결시키는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 이 물음은 내게는 좀 생소한데, 저자는 이 물음이 대니얼 골드의 저서 <<Aesthetics and Analysis in Writing on Religion>>에서 나온 통찰임을 밝히고 있다. 꼭 읽어볼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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