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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_자료/문헌

서양인과의 첫 만남에 대한 일본인의 서술: 타자로 경험된 선교사

by 방가房家 2023. 4. 16.

*<기리시탄 모노가타리(Kirishitan Monogatari, 切支丹物語)>는 에도 시대 때 저자거리에서 유행한 책으로, 반기독교적인 관점에서 기독교가 일본에 들어와 박해받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 형식으로 서술하였다. 이야기 사이사이에는 여러 장의 삽화들이 삽입되어 있어 좋은 자료가 된다. 저자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현재 3종의 목판 인쇄본이 전해진다. 출판 시기는 1639년으로 추정된다.
다음은 기독교 선교사를 처음 대면한 장면에 대한 묘사이다. 밑의 그림에서 이 묘사의 "코 큰 괴물"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고지 시대(1555-1588)에, 진무 시절 이후 108번째 천황 미카도 노나라노인(後奈良天皇, 1536-1557)이 통치하던 시절에, 남만(南蠻)의 무역선이 우리 해안에 왔다. 이 배에서 처음으로 이름붙일 수 없는 생물이 나왔다. 모습은 인간하고 좀 비슷하기도 했지만, 얼굴은 코가 긴 도깨비나 거대한 악귀 미코쉬 뉴도(みこしにゅうどう, 入道: 목이 길고 키가 몹시 큰 중대가리의 괴물. 병풍 등의 위로 나타나 쳐다볼수록 더 키가 커지고, 또 사람을 뒤에서 굽어본다고 함.)에 더 가까웠다. 가까이 가서 조사하자 그것은 바테렌이라고 불리는 존재임이 밝혀졌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그 코의 길이였다. 그것은 (표면에 혹이 난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코에 소라 껍데기가 달라붙어 있는 것 같았다. 눈은 안경만큼이나 컸고, 눈 안은 노랬다. 머리는 작았다. 손과 발 위에는 손톱과 발톱이 길게 나 있었다. 키는 7피트가 넘었고, 온통 까맸는데, 코만 붉은 색이었다. 이빨은 말 이빨보다 길었다. 머리카락은 쥐색이고, 이마 위로는 술잔 모양으로 면도한 자국이 보였다. 그가 말하는 것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목소리는 올빼미가 우는 것 같았다. 모두가 달려가 그를 보았기 때문에, 길에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넘쳐났다. 이 존재가 가장 난폭한 도깨비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라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 그의 이름은 우루간 바테렌(Urugan Bateren: 오란티노 신부[Padre Orantino Hnecchi-Soldo]를 가리킴.)이었다. 품속에는 기리시탄 종교를 퍼뜨릴 계획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먼저 일본 사람들의 지혜를 알아보고자 하는 것 같았다. 그는 남부 바바리로부터 각종 신기한 물건들을 가져왔다.
익명의 저자, (tr.) George Elison, <기리시탄 모노가타리(Kirishitan Monogatari, 切支丹物語)> in George Elison, Deus Destroyed: The Image of Christianity in Early Modern Japan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73),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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