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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얻어배우는 것

“분단 70년, 한국 기독교의 성찰과 반성” 발표문에서

by 방가房家 2023. 5. 19.

“분단 70년, 한국 기독교의 성찰과 반성”(2015년 한국기독교역사학회 정기 학술심포지엄)을 들으면서. 이하는 전체 요지에 대한 것이 아니라 부분적인 내용에 대한 메모들이다. 이만열, 윤경로 두 발표자는 최근 사회적 쟁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노학자들이다. 최근의 경험들이 배어들어 글과 말에 더욱 힘이 실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1-1. 이만열 선생은 1970년대까지 활발했던 기독교 운동권이 89년대 들어 퇴조하며 운동권의 주도권이 비기독교 운동권으로 넘어갔다고 지적하는 대목에서, 이런 견해를 밝혔다. “기독교적 정체성을 유지하였는가?” 운동의 퇴조를 기독교 정체성 상실과 연결했는데, 이는 선후관계를 따지기 어렵거나 초점이 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확인할 사안이다.

1-2. 한국 기독교가 추구하는 복이 성경적 개념이 아니라는 지적은 힘이 있다. 발표자가 성경적인 내용으로 소개된 것으로는 “의를 행하면 귀하게 되고 명예를 얻게 된다.”와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가 있다. 
그런데 다른 종교를 언급하는 부분은 정밀하지 못하다. 복을 이야기하면서 한국인의 전통적인 복 개념으로 유교의 5복을 소개하였는데, 이어서 이것이 성경적 복 개념이 아니고 한국 기독교인이 추구해야 하는 것인지 비판하였다. 여기까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60년대 이후 번영신학에서 추구된 복이 유교적 복인가? 글에 나오듯이 잘못된 복사상은 “땀흘리지 않는 소득이나 공짜사상”이라면 그것이 유교적 개념은 아니지 않는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서술이다. 글 뒷부분에서는 “지금 복음의 샤머니즘화가 광신적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도 샤머니즘 개념은 종래 교계에서 굳어진, 다른 전통을 정죄하는 용법이 반성 없이 사용된 아쉬움이 남는다.
 
2. 기독교 권력유착 사례들을 요약한 윤경로 선생님의 발표에서 눈에 띄는 자료들을 기록해둔다.
2-1. 한국교회가 적산을 불하받은 수혜에 대해 당시 <기독공보>에서는 이렇게 평가했다.
“해방 후 일본 신사나 일본 사원 자리가 예수교예배당 혹은 교회 학교로 변모된 것은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인 동시에 기독교의 승리이며, 한국교회의 광영이며 사교에 대한 역사적 심판의 한 단면인 것이다. 남산에 있던 조선신궁별관 자리에 대한예수교장로회와 기독교박물관이, 남산 북쪽기슭 경성신사 자리에 숭의중, 여자고등학교가, 또 그 아래 절간자리에는 창동교회 대한신학교가 점유하고 있으며, 더 그 아래 옛날 천리교 자리에는 한국 제일의 근대식 건물을 자랑하고 있는 영락교회가 위치 잡고...
“변모된 일본 신사 절간터들”, <기독공보> 1956. 9. 24.
 
2-2. 이승만을 지지하는 1952년 기독공보 사설. 반전의 묘미가 있는 글.
“우리의 영도자는 애국자요 실력자요 또한 크리스찬이기를 원한다... 우리 대통령은 독재자가 아니요 신앙자이다... 매일 아침 5시에 예배드리고 감옥전도제, 종군목사제, 국기주목례를 제정하여 전도의 길을 열어 준 신앙자이다. 우리 대통령은 한 가지 일에만 독재자이다. 공산당 토벌에만 독재자다... 한구의 그리스도화를 기도하고 힘쓰는 여배余輩는 한국의 영도자는 일대 이대 천대 만대 크리스찬 대통력이 계계승승하야 이 나라에 하나님의 석복이 영구하기를 기원한다.
“대통령 선거에 대하야”, <기독공보> 1952. 7. 4.
 
2-3. 1958년에 기독신보 사장은 정교분리 원칙을 대놓고 비웃는다. 
“기독교인 국회의원이 한 사람도 없는 세상을 생각해보라. 매일같이 일어나는 교계의 대소사, 교인들의 대소사의 처리와 해결을 청탁하기 위하여 얼마나 막막할 것인가는 정치에 냉담을 가장하는 자칭 성직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2-4. 사일구혁명 직후 이대학장 김활란의 유명한 언급.
“4‧19 사건은 우리가 교육을 잘못시켜 발생한 것이니, 우리 모두 이승만 대통력께 사과하러 가자.”
 
2-5. 오일육쿠데타 2주 후 한국NCC의 성명서
“금번 5‧16 군사혁명은 조국을 공산침략에서 구출하며 부정과 부패로 기울어져가는 조국을 재건하기 위한 부득이한 처지였다고 생각하며, 그 애국심을 높이 평가하는 동시에 발표된 혁명공약 실천에 있어서 과감하고도 민속한 모든 시책을 환영한다.
 
2-6. 신학자 한철하의 논문에서
“현재 박정희 장군이 잡고 있는 권세는 본래 이 땅에 이루어질 공민적 정치를 위하여 하나님께서 준비하여 주신 권세요, 따라서 이 권세는 그가 장악하든 다른 사람이 장악하든 간에 이미 하나님께서 준비하여 두신 것이다. 그리고 이 권세를 그에게 맡기신 것도 주님의 특별한 섭리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다.”
한철하, “칼빈의 정치론”, <신학지남> 122호(1962. 9),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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