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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문화

수신교과서의 제사, 우상, 귀신

by 방가房家 2023. 4. 17.
근대 수신교과서 중 하나인 <초등소학수신서>는 유근이 1908년 저술한 책이다. 60개의 주제마다 짧은 이야기, 그림, 생각할거리로 구성되어 있다. 유근은 장지연과 함께 <황성신문> 주필로 활동한 지식인이고, 후에 대종교 교주로 활동한 인물이다.(한국민족백과사전 항목) 이 교과서에는 유교적 교양을 가졌으면서 합리적 지식인이었던 유근의 면모가 드러난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던지는 질문의 깊이가 예사롭지 않다.
 
제20과 효행
부모의 제사를 극진히 모시는 어린아이의 예화를 든다. 그리고 만약 아이의 부모가 살아있었다면 아이의 효행이 어떠했을지 질문한다. 당시 기독교 쪽에서는 유교의 제사를 비판하면서, 살아계실 때 잘 모시는 것이 효도이지 돌아가신 후 드리는 제사는 헛된 것이라는 논리를 많이 사용하였다. 이 예화는 그러한 제사 비판에 대한 유근 쪽에서의 반문이며, 제사에 효의 마음이 실려있다는 것을 주장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제40과 우상을 믿지 말 것
사람을 닮은 나무 형상이 진짜 사람은 아니라는 내용. 다소 직설적으로 우상숭배 금지를 논하는 글이다. 우상과 실제 사람의 차이를 묻는 질문(우상과 신의 차이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신을 믿는 사람의 마음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이 깊이가 있다. 그의 입장은 신에 대한 믿음 자체가 우상적이라는 쪽인 것 같다.
 
제54과 망령된 그림
친구들에게 귀신 그림을 보여주는 예화. 이어지는 질문은, 그림이 진짜 귀신과 비슷한가? 세상에 과연 귀신이 있는가? 귀신은 아이들에게 가장 중대한 종교적 물음이라는 점에서, 교과서에서 제기하는 질문은 적절하다. 저자의 입장은 귀신은 허망하다는 쪽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형체 없는 것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식으로만 결론 내릴 것이 아니라, 허망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는 쪽으로 이야기를 확장할 여지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귀신과 산타클로스를 짝지어 이야기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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