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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_자료/문헌

콩쥐팥쥐 이야기

by 방가房家 2023. 4. 16.

콩쥐팥쥐는 신데렐라와 친족관계에 있는 이야기이다.
계모와 의붓자매에게 구박받는 것과, 나중에 신발을 통해 왕자님(감사)와 결혼하게 되는 부분을 떠올린다면 쉽게 연결이 될 것이다. 사실 꽃신을 통해 발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좀 어색하긴 하다. 유리구두야 발에 꼭 맞아야 하지만 꽃신이야 대충 신을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어릴 때 하기도 했다. 어쨌든 신발 이야기는 10세기 이전 중국 문헌에 최초로 발견된다. 중국인지 중앙아시아인지 어디서 시작된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같은 이야기가 유럽에, 그리고 우리나라에 각각 전승되어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북미 원주민에게도 유사한 설화가 전승된다고 한다. 다음 논문이 흥미롭다. http://www.kyungnam.ac.kr/~star0104/research/kong&cin.htm )


신데렐라(Cinderella)는 재투성이 소녀라는 뜻으로, 하녀를 일컫는 불어 “cendrillon”에서 온 말이다. 독일 그림 형제가 채록한 이야기에서도 “Aschenputtel”(부엌데기)라는 이름으로 되어있다. 독일어에서 재투성이가 비천한, 그러나 자기를 구박하는 형제를 이겨낸 사람이라는 뜻으로 통용된 전승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마르틴 루터가 성서의 카인과 아벨 중에서 아벨을 재투성이 형제라고 불렀다.
유럽에서 신데렐라 이야기가 문헌으로 지금의 모습으로 정착된 것은 프랑스 작가 페로(Perrault)에 의해 기록된 1697년이다. 내가 읽은 어느 책에서는 페로가 이 이야기를 기록할 때 모피(vair)신을 유리(verre)신으로 잘못 기록했다고 주장한다. ‘vair’와 ‘verre’는 발음이 같다. 아마 몽고 지역으로부터 전해졌을 털신 이야기가 프랑스에서 유리 구두 이야기로 새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것이 고의였는지 실수였는지는 알 수 없다. 꼭 맞는 발을 찾는다는 이야기상 유리가 더 그럴듯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가 알고 있는 유리구두 이야기는 프랑스 버전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꽃신 이야기이다.
그런데, 몇 년 전 어느 세미나 자리에서, 한 선배가 자기가 알고 있는 콩쥐팥쥐는 다르다고 우기는 일이 있었다. 그 형에 따르면, 계모에게 구박받는 것까지는 같은데, 밭에서 일을 하다가 선녀가 나타나 꽃신을 주는 게 아니라 하늘에 올라가라고 동앗줄을 내려준다는 것이었다. 콩쥐는 동앗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오고 쫓아오던 팥쥐는 썩은 동앗줄을 타고 오르다 줄이 끊어져 땅에 떨어져 죽는다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우리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에이, 아녜요, 형. 그건 (정확한 제목은 모르겠지만) 햇님 달님인가 하는 다른 동화에요. 그렇게 떨어져 죽어 수수밭이 붉은 색이 되었다는 기원 설화쟎아요.” 우리의 부정적인 반응에 억울해 하던 그 형은 나중에 강의 시간에 그 이야기를 하였고, 같은 경험을 가진 학생을 만났다고 한다. 자기도 어릴 때 그렇게 읽었다고 하며 집에 있던 동화책을 가져다 주어서 형의 이야기는 문헌자료로 증명되었다. (그 학생은 초등학교에서 콩쥐팥쥐 연극을 할 때 혼자 엄한 짓을 했다는 아픈 추억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를 콩쥐팥쥐 “꽃신 버전”이라고 한다면, 이 이야기는 콩쥐팥쥐 “동앗줄 버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헌 책방에서 나도 동앗줄 버전이 든 책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한국교연에서 출판된 또또애니메이션 제24권 <<콩쥐팥쥐>>(2000년 출판)이다. 다음 그림이 문제의 장면이다.
우리나라 아동출판계에는 콩쥐팥쥐 꽃신 버전과 동앗줄 버전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착오로 인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느 전승을 따르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전승이 형성되어 있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은 것 같다. 구전 전승에 있어서 어느 것이 오리지날인가를 따지는 건 의미 없는 물음이다. 구전은 수많은 판본(versions)들을 통하여 존재하는 것이며, 판본의 생성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다만 변화의 과정을 통해 어떠한 의미가 부여되었는가를 묻는 것이 필요하다. 과연 우리나라 콩쥐팥쥐는 어떠한 모습으로 전승되어 왔는가? 꽃신 신화소는 신데렐라 이야기 소개 이후 삽입된 것인가, 오래전부터 존재한 요소인가? 동앗줄 신화소와 젓갈 신화소에 대해서도 동일한 물음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 콩쥐팥쥐가 기록된 최초의 문헌은 1919년의 판본이다. 구전이 언제부터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글자로 기록된 책이 나온 것은 근대에 들어서이다. 그래서 학자들 중에는 1920년대 소개된 그림형제 이야기로부터 콩쥐팥쥐가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는데, 증명된 가설은 아니다. 최남선이 콩쥐팥쥐와 신데렐라의 유사성에 대한 글을 발표한 이래로 그간 국문학에서 둘의 비교연구를 하는 많은 논문들이 발표된 것 같은데, 정작 구전 사례들이나 문헌 정착 과정에 대한 정리는 아직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연구사를 정리한 논문, <콩쥐팥쥐>연구의 경과와 전망 참조) 국문학에서는 그 동안 뭘 한 건지, 입 나온다. 기본적인 문헌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콩쥐팥쥐가 서구 아동문학의 수입과 어떤 관계를 갖는 건지, 구전과 문헌에 존재하는 여러 버전들의 역동적인 관계가 어떤한지 등의 이야기는 꺼낼 수가 없다. 아울러 해방 이후 출판계에서 이 이야기가 어떻게 다루어졌는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역시 기본적인 물음이 정리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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