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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문화62

벨 부부의 크리스마스(1896, 1897) 유벤 벨, 로티 벨의 편지에는 1890년대 선교사들의 크리스마스에 관한 디테일이 담겨 있다. 19세기 말 미국에서 새로운 풍속으로 정착된 크리스마스를 한국에 어떻게 들여왔는지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받은 것들, 물건의 정확한 의미는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 자세한 목록만으로도 만족이다. 유진 벨, 고영자 & 이은상 옮김, 유진 벨 선교 편지: 1895~1897> (보고사, 2022).유진 벨의 1896년 크리스마스 기록 1897.1.2.모두들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냈기를 바란다. 우리도 잘 보냈다. 우리는 난생 처음으로 산타클로스 노릇을 하고, 헨리를 위한 스타킹에 이것저것 작은 것들을 넘었다. 나는 로티에게 식당에서 쓸 걸이용 캠프와 몇 개 작은 것들을 선물했다. 로티는 내게 새 옷 한 벌.. 2024. 7. 1.
산타의 백화점 알바 1. 성 니콜라우스가 산타클로스로 재탄생한 것은 19세기 중반 이후였다. 산타는 대중적 상상력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났는데, 여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작품으로는 어린이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많이 팔렸던 영시英詩 “크리스마스 전야”(원제는 “A Visit from St. Nicholas“)를 꼽을 수 있다. 2. 산타클로스의 탄생 과정에 대해서는 이 글(산타클로스가 지금의 모습으로 되기 전)의 도상을 참고할 것. 3. 산타클로스는 1890년대에 더 큰 생명력을 얻게 된다. 그 이전까지 상상의 존재였다면, 이 시기 산타는 실제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메이시스(Macy’s)를 비롯한 뉴욕의 유명한 백화점에서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서 판촉 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 이 시기였기 때문이다. 다른.. 2023. 5. 30.
그래, 버지니아야, 산타클로스는 있단다 1897년 (The Sun)지 독자란에 버지니아(Virginia O'Hanlon Douglas)라는 이름의 소녀가 질문을 보낸다. “저는 여덟살이에요. 내 친구들은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해요. 아빠는 ‘썬 신문에 나오는 게 맞는 거야’라고 하고요. 뭐가 맞는 건지 말해주세요. 산타클로스는 있는 건가요?” 이 꼬마 독자에 대한 신문의 답변이 “그래 버지니아야, 산타클로스는 있단다”(Yes, Virginia, There is a Santa Claus)라는 제목으로 엄청나게 유명한 글이 되었다. 프란시스 처치(Francis P. Church)가 쓴 이 글은 매년 사람들이 찾는 글이 되어서 크리스마스 때마다 신문에 실렸다. (이 신문이 망한 1959년까지) 나중에 두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지며(1974년, 1991.. 2023. 5. 29.
기독교의 대안적 할로윈, “trunk and treat” 할로윈 데이가 조용히 지나갔다. 작년처럼 싸돌아다니지도 않고 집에서 잠이나 잤다. 할로윈의 가장 대표적인 풍습은 "trick or treat"이다. 아이들이 동네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trick or treat”라고 외치며 사탕을 달라고 조르는 풍습이다. 어른들은 사탕과 초콜렛을 준비했다가 주는 것이 상례이다. 아무것도 안 주면 아이들은 집에가 계란을 던진다. 내가 사는 곳이야 인도 학생들이 주로 있는 아파트라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있을 턱이 없지만, 그래도 소심한 나는 마음을 좀 졸였다. 사탕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먹을 것을 요구하는 초식은 “대접해줄래요(treat), 아니면 해코지 당할래요(trick)?”이다. 이것은 밥 달라고 돌아다니던 귀신들의 모습이 남은 흔적이다. 귀신도 .. 2023. 5. 29.
추도 예배, 한국 개신교의 의례 추도 예배는 한국 교회에만 있는 거라고 이야기하면 잘 믿지 않는다. 하기사 교회사 공부하시는 분들께 그 얘기를 했는데 펄쩍 뛰면서 그럴 리가 없다고 할 정도인데, 일반 교인들이 놀라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기독교 의례체계는 관혼상(冠婚喪), 거기까지이다. 천국에 가면 끝이니까. 죽은 조상을 기리는 제(祭)에 해당하는 의례는 서양 교회에는 (가톨릭 교회의 몇몇 의례를 제외하고는, 예를 들어 모든 성인 축일) 존재하지 않는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나 다니지 않는 사람이나, 추도 예배는 제사에 반대되는 행위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 반대로 이해한다. 둘은 연속선상에 있는 의례이다. 제사가 있던 자리에 추도 예배가 생겨났으며, 제사의 역할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추도 예배가 생겨난 것은, 장.. 2023. 5. 29.
추수감사절이라는 미국 명절 이전에 논문에서 한국의 추수감사절에 대해 쓴 적이 있었다. 그 때 나에겐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는 추수감사절이란 게 도대체 어떤 날인지를 알지 못했다는 것. 둘째는 지금 한국 교회에서 그 날이 어떻게 모셔지는지를 잘 몰랐다는 것. 두 번째 문제는 여전하지만, 미국에 온 후로 적어도 미국에서 추수감사절이 어떤 날인지에 대해서는 조금씩 감각을 얻어가고 있다. 그동안 내가 얻은 느낌을 요약해서 말하자면 추수감사절이야말로 가장 미국적인 날이라는 것이다. 내 자신이 개신교 의례의 일환으로 이 날을 서술했고, 우리나라에서 개신교회에 의해 이 날이 소개되고 지켜지기 때문에 이 날을 기독교의 맥락에서 생각하지만, 사실 이 날은 미국적 가치가 구현된 날이다. 이 날을 종교라는 맥락에서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기독.. 2023. 5. 28.
할로윈, 모든 성인 축일 전날 할로윈이 지나갔다. 할로윈은 기본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날이고, 그냥 놀며 즐기는 날이지만 희미한 종교적 기원을 갖고 있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애들에게 할로윈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은 모른다고 대답한다. 기원을 모르고 또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 기원에 대한 지식 못지 않게 중요한 사실일 것이다. 그것이 이 종교현상의 중요한 측면이기 때문이다. 현상으로서의 이 날의 특징에 대해서는 경험이 좀더 쌓이면 정리하고 싶다. (이 포스트는 할로윈에서 비롯한 글이긴 하되, 할로윈에 대한 글은 아니다.) 나는 아직 이 날에 대해 그리 많이 알지 못한다.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내용에 더 보탤 것이 없다. http://blog.empas.com/kery89/4361455에 정리된 내용이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내용의 한.. 2023. 5. 27.
시드니의 크리스마스 경관 2018년에 즐겼던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호주 시드니, 캔버라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시내 한복판 마틴 플레이스의 큰 트리 피트 스트리트의 불빛 터널 시내 가장 유서 깊은 건물인 성모성당(St Mary’s Church)에서 밤마다 하는 프로젝션 공연 시내 공원(the Domains)에서 열린 캐롤 공연에 모인 사람들(2018.12.22.) 힐송교회(Hillsong Church)에서 열린 캐롤 공연(2018.12.23.) 2023. 5. 26.
일시적인 추모 Erika Doss,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0), chap. 2. 이제 사람들은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 당장 모여들어 무언가를 표현한다. 저자는 사고 직후 현장에 일시적으로 조성되는 추모(temporary memorials)들에 주목한다. 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사건 이후 희생자 학생의 차량에는 추모를 위한 물건들과 여러 문구가 적힌 카드들이 쌓였다. 맞은편 공원에도 꽃과 풍선을 비롯한 물건들이 쌓였다. 나무에는 종, 푸른색과 은색 리본, 크레이프 종이, 묵주 등으로 뒤덮였다.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사고 직후 우주센터 정문에는 꽃, 봉제인형, 미국 국기, 여러 문구가 적힌 배너들이 모여 일시적 추모공간이 마련되었다. 저자가 강.. 2023. 5. 17.
밀러, 크리스마스 이론 Daniel Miller, Christmas: An Anthropological Lens 7-3, 2017. 대니얼 밀러(Daniel Miller)는 (Unwrapping Christmas)를 1993년에 편집하여 출판한 적이 있다. 그가 그 책에서 제안한 크리스마스 이론화 작업은 독일어판(2011)을 거쳐 이 논문에서 발전되어 정리되어 있다. 전에 흥미롭게 읽은 책이라 추억하며 최근 논문을 읽었다. 그는 다음 세 영역에서 ‘크리스마스 이론’을 전개한다. (1) 가족 관계 근대 크리스마스의 기본 정신은 가족이다.(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 다른 측면도 있다. 가족과 가정의 가치를 수호하는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방탕한 시기를 즐기는 축제(Carnival)의 측면이 있다. 크리스마스 역사 내내 존재하던.. 2023. 5. 15.
탈랄 아사드, “의례 개념의 계보학을 위해” Talal Asad, (Baltimore: Th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1993), chap. 2. 아래의 글은 위의 아사드 책 2장에 대한 요약 발제문이다. ‘위해’(toward)라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여러 측면에서 시론적인 성격의 글이다. 개념의 변화 과정 추적은 백과사전 참조로 간단히 이루어졌고, 사회적 배경의 탐구는 몇몇 인용으로 맛봬기로 처리되었다. 글의 시론적 성격과 산만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뚜렷하며 2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울림을 준다. 이를테면, “시국 법회에서 집전된 의례는 진정한 종교 의례가 아니다”는 식의 발언을 잠재울 수 있는 힘이 이 글에 있다. 사실 아사드가 논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상징인류학자들인 것 같다. 그러나 그는.. 2023. 5. 10.
레비스트로스, <산타클로스의 처형> Claude Lévi-Strauss, "Father Christmas Executed," in Daniel Miller (ed.), (Oxford : Clarendon Press, 1993), 38-51. [원래 "Le Pére Noël supplicié," 77(1952년 3월)로 발표되었던 것을 기틴즈(Diana Gittins)가 영역(英譯)하여 싣은 것.] 1. 1951년 크리스마스 이브, 프랑스 디종(Dijon)에서는 산타클로스(산타의 불어 명칭은 “Pére Noël”이다. 이것을 영어로 옮기면 “Father Christmas”, 우리말로 옮기면 “크리스마스 신부님” 정도가 되겠다.)의 사형이 성당 앞에서 거행되었고 그 근처에서 화형까지 행해졌다. 산타클로스의 죄목은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기독교적 .. 2023. 5. 8.
조선 초기 죽음의례에 나타난 혼합 가장 변하기 힘든 의례가 죽음에 관련된 의례들이다. 이는 추도 예배를 비롯한 현대 개신교의 죽음 문화의 양태에서도 잘 나타난다. 조선 전기에도 그랬다. 당시의 ‘새종교’였던 성리학의 주자가례를 통해 죽음의례 문화를 형성하는 시도는, 참으로 오래 걸렸고 완결되지도 않았다. 이전부터 죽음의례를 관장했던 불교와 무교의 의례들과 경쟁하고, 공존하고, 영향받고 때로는 결합하는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아래 정리한 김탁의 , 6(1990)는 위호(衛護)와 기신재(忌晨齎)라는 두 현상을 통해 유교 의례와 무속 의례, 유교의례와 불교 의례의 만남을 보여준다. 아울러 보아야 할 흥미로운 현상들이 많이 있다. 정처없는 영혼을 달래는 불교 의례인 수륙재(水陸齋)는, 조선 건국 과정에서 희생당한 영혼들을 달래고자 했던 태조 이.. 2023. 5. 6.
박정희 시대 국가의례와 만주국 "한석정은 기념비 앞에서 행해지는 전사자에 대한 1분간의 묵도, 행진, 시국강연 청강, 선전영화 시청, 포스터 작성, 학생웅변대회, 집회와 대운동회 참가 등의 국가의례를 예로 들면서 이러한 것들은 원래 1930년대 만주국의 국가행사였다고 한다.... 가정의례준칙은 낭비나 허례허식을 삼가는 협화식(協和式) 결혼식을 상정하고 있었을 것이다. 또한 전국 각지에 세워지는 동상 역시 만주국에서 제사지낸 공자나 관우의 재래(再來)일 따름이다. 한석정이 지적하듯이, 만주국에서 행해진 규율화의 방법을 엄밀하게 반복할 수 있는 국가는 박정희 정권기의 한국 이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박정희 정권 치하의 한국은 만주국에서 거행되던 국민대회, 추도식, 전몰자기념비, 학생웅변대회, 표어 짓기, 반공대회, 체조, ‘건설’이나 ‘.. 2023. 5. 2.
초기 감리교회의 성만찬 다음 논문에서 두 가지 사항을 메모해둔다. 박해정, “초기 한국 감리교회 성만찬 양상들: 1885-1935”, 54 (2005). 1. 감리교회의 포도 주스 사용 -논문에서는 한국 감리교회가 성만찬에서 “발효시키지 않은 빵과 발효시키지 않은 포도 주스를 사용할 것을 명시”한 미감리교회의 규정을 따랐다고 설명하였다.(305) -당시 미국의 감리교 규정인 “The doctrines and discipline of the Methodist Episcopal Church”을 찾아보니 “발효하지 않은 와인”(unfermented wine)의 사용을 언급하고 있다. 발효하지 않은 와인은 포도 주스를 의미하는 것일까? 그런 것 같다. 원래 주스가 꼭 무알콜음료인 것은 아니었지만, 19세기 중반 감리교 목사 웰치스(T.. 2023.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