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之東學 今之天道敎
1905년 12월 1일 동경에서 발행되는 <<帝國新聞>>에 실린 광고문의 일부이다. 이전의 동학이 이제는 천도교가 되었다고 선언을 한 첫 문서이다. (고건호, “천도교 개신기 ‘종교’로서의 자기 인식,” <<종교연구>> 38집 (한국종교학회, 2005), 251-252쪽에서 재인용.)
학(學)이 종교가 되었다. 우리 사회에 종교라는 개념이 도입되어 문화 지형을 재편하는 것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동학의 천도교로의 변신이다. 천도교 자료에서는 이 변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아래 자료들은 위의 글에서 재인용)
원래 동학이란 이름이 서학 아닌 것을 밝히고자 함이오, 실상 이름은 아닌고로 동경대전에 이른 바 도인즉 턴도요 학인즉 동학이라는 뜻을 취하여 천도교로 고치니라.
(<본교역사>, 최기영, 박맹수 편 (1997), <<한말 천도교 자료집>> 2, 277쪽.)
道卽天道요 學卽東學이라 하심은 卞明吾敎之非西學이어날 人이 目之以東學이라 함은 決非五敎之正名이라 今人이 又云 東學이 改其名目하야 天道敎라 칭한다 하나 吾敎의 名은 본래 天道敎니 天主敎와 耶蘇敎를 西學이라 칭함과 동일하오…
(<<만세보>>, 1906.11.23. 잡보 ‘순독설교’)
천도교가 원래의 이름이었다는 변호의 논리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상황이 변했다는 인식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동학이 서학에 대한 반명제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가 지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천도교의 입장에서 볼 때 ‘동학 잔당’이라는 정치적 오명과 탄압을 벗고 하나의 종교로서 인정받는 일이 긴요했다는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 일진회 활동으로 인해서 친일 집단이라는 인식을 받고 있는 것도 천도교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통해 극복해야 할 문제였다. 동학이라는 전근대가 천도교라는 근대가 되면서 겪은 변화는 한국에 종교가 도입되어 야기한 변화를 대표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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