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전화라는 새로운 문물이 갖는 의미에 대해 약간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전화에 대한 최초의 언급이라고 생각되는 기록을 접했다. 우리나라에 처음 전신이 가설된 것은 1885년이고 전화는 1896년에 궁중에 처음으로 설치되었다고 한다. 다음 기사는 전화가 설치되기 10년 전에 전화라는 새로운 기계를 소개하는 글이다. 이름하여 '덕률풍'이다. 그런데 작동 원리 설명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좀 있다.
근래에 또 德律風(텔리폰)이 출현한 것은 더욱 신비한 일이다. 이는 전보처럼 소리를 글로 바꾸고 글자를 쳐서 하는 것이 필요없이 마침내 본인이 말하는 소리를 통하여 전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박사가 처음으로 말을 싣는 신기한 방법을 터득했다. 그 방법은, 약수(藥水) 1잔을 통 안에 넣어두는 것인데 만일 누가 안에다 대고 말을 하면 그 약은 소리를 다 끌어당긴다. 사람이 말을 끝낸 뒤에 그 약수를 어떤 기계 속에 넣고 귀를 기울여 들으면 조금 전에 한 말을 모두 다시 들려준다. 소리의 대소, 말의 느리고 빠름, 음의 장단, 말의 다과를 막론하고 언성, 침뱉는 소리, 읊조리는 소리 등 일일이 전해주지 않는 것이 없고 아울러 털끝만큼의 어긋남도 없다.
[한성순보 1886년 9월 27일 (3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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