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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에 대한 이미지들

by 방가房家 2023. 4. 20.

“세계의 종교들” 과목 교과서를 읽다가 힌두교에 대한 서술이 눈에 띄었다. <<Patterns of Religion>>라는 세계 종교 입문서인데, 힌두교에 대한 장은 참 잘 쓴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힌두교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들을 서술한 부분을 아래에 한 번 옮겨 본다.


어떠한 은유들이 인도인의 생활에서 이 전통이 갖는 의미를 우리에게 지시해 줄까? 어떤 사람들은 열대 우림의 생태를 이야기한다. 그 곳에서는 무성한 잎들이 아무런 통제 없이 자라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지역 주민들이 잘 알고 있는 분명한 생장의 유형을 따라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시골 장터(bazaar)를 걸어가는 것을 상상한다. 주의 깊게 관찰하고 물어보는 법만 터득한다면, 그곳에서 어떤 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에게는 이라는 이미지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강은 어느 순간에도 새롭게 보인다. 모든 것을 끌어들이고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흘러간다. 어떤 이는 산을 떠올린다. 은 우리 지각에 수평선이라는 윤곽을 제공해 주지만, 또한 보는 이를 계곡의 유동적인 경계 가운데에 왜소하고 변변치 않은 존재로 남겨 놓기도 한다. 아마도 힌두교를 연구하는 것은, 뒤쪽에서 테피스트리를 관찰하면서, 어떻게 이 모든 “느슨한 맺음”들이 하나의 큰 그림으로 맞물려 들어가는지 감탄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힌두교 자체에서 나온 이미지로는 만달라가 있다. 만달라는 원형의 기하학적 형상으로, 미로처럼 여러 입구를 갖고 있고, 여러 고리들와 층들로 새로운 입구가 열린다. 궁극적으로 중심에 도달하기는 하지만, 그곳에 도달하는 다른 많은 가능한 길들이 있다. 하나의 일직선은 없지만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힌두교이다.
([Patterns of Religion], p.121.)

힌두교에 대한 개론서를 쓰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이 갖는 다양성이 상상 이상이기 때문이다. “힌두교”(Hinduism)라는 단어는 태생적인 문제가 있다. 그 언어는 남아시아의 다양한 전통과 문화 위에다가, 영국인들이 식민 통치를 위하여 갖다 씌운 것이기 때문이다. 해서 힌두교라는 단어 안에 포괄되는 종교 현상들을 포괄해서 간단히 설명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힌두교라는 말은 식민지의 맥락에서 배태된 담론이며, 힌두교를 정의하기란 불가능하다”라고 서술하는 것은 어떨까. 분명 맞는 말이고, 이런 식의 개설서도 많이 보긴 했지만, 개설서로서는 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시작하는 마당에, 독자에게는 어쨌든 머리 속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이 잠정적인 것이 될지라도. 그런 의미에서, 힌두교 서술의 앞머리에 위치한 위의 서술은 음미할만하다. 저자는 힌두교에 대한 논의의 전통을 솜씨있게 꿰어서 힌두교라는 손에 잘 잡히지 않는 큰 덩어리에 다가가는 길을 제시해준다. 힌두교에 대한 은유들, 분명 좋은 길잡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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