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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발제

뮐러, <독일인 작업장의 글조각들> 서문

by 방가房家 2023. 4. 26.

막스 뮐러의 <<독일인 작업장의 글조각들>>(Chips from a German Workshop) 서문을 읽으면서 메모했던 것들. Friedrich Max Muller, "Preface," <<Chips from a German Workshop>> (London: Longmans Green, 1867), 파일: Preface_ Chips_from_a_German_Workshop.pdf 
이 책은 도서관에 없어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인터넷을 통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뮐러는 ‘종교가 전개되는 와중에서 유지되는 연속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것은 그가 생각하는 종교의 핵심이자 ‘참된 종교의 요소들’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 “하느님에 대한 감각, 인간의 약함과 의존의 감정, 세계를 신이 다스린다는 믿음, 선함과 악함의 구별,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 이것들이 모든 종교의 근원적인 요소들이다.”(x) 이 핵심요소들이 인류 역사 초기부터 존재, 아니 더 생생한 모습으로 존재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뭘러의 특징이다. 아우구스티누스를 인용한 것도 그런 맥락. “지금 기독교라고 불리는 것은 고대서부터 존재해왔고, 인류의 최초에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리스도가 육신을 입은 이후에야, 이미 존재하던 참된 종교가 기독교라고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xi)
뭘러가 이야기하는 종교의 전개, 발달, 혹은 역사는 사실 ‘종교의 타락’을 의미한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종교의 변화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모든 종교들에서 볼 수 있는 불가피한 타락”이다. 종교의 참모습은 창시자와 그 제자들의 사상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세계 종교 경전들 탐구를 통해서 찾고자 하는 것이 이것이다.

내가 뮐러의 글을 직접 읽으며 새로 알게 된 것은 뮐러와 선교사 사이의 교감이다. 다음은 그의 유명한 종교학의 포부이다. 그런데 그 선언에 부가된 기독교에 대한 언급은 단순한 립서비스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종교학은 인간이 발달시킬 마지막 학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학문이 발달하면 이것은 세계의 모습을 바꿀 것이고 기독교 자체에도 새 생명을 줄 것이다.”(xix)

그는 종교학이 기독교에 줄 수 있는 득에 대해서 꽤 많이 이야기한다. 종교의 본성을 탐구하는 것은 종교사에서 “기독교로 향한 무의식적인 발달”(xx)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교학이 선교사들이 찾아온 ‘알지 못하는 신’에 대해 알려줄 수 있다는 것.
나는 종교학이 야만적인 모습의 신앙과 예배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에 있어서 [언어학이 했던 것과] 비슷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희망한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기독교와 이방 종교들 사이에서] 단순히 차이점들을 보는 대신에 공통된 기반을, 여전히 되살아날 수 있는 진리의 빛의 번득임을, 그리고 진실된 하느님에게 새로이 봉헌된 제단을 더 열렬하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xxi-xxii)
모든 종교는 아무리 불완전하고 퇴화된 상태라 하더라도 성스러움에 대하여 우리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을 갖고 있다. 모든 종교에는 알지 못하는 하느님을 통해서 진리를 추구하려는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xxx)

종교는 무한자에 대한 유한자의 감각이라는 것이 뭘러의 유명한 종교 정의이다. 뮐러의 글을 직접 읽지 않고 피상적으로 이해했을 때는, 이 정의가 신학적인 전제와 무관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신학적인 정의를 보편화시키려는 의도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당시의 자유주의적 신학의 맥락이 분명 깔려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새로운 학문을 개척한 점을 기억하면서도, 그 역시 그 시대의 사람임을 이해한 상태에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무한자에 대한 유한자의 관계, 수용자로서의 인간 정신의 관계, 진리의 근원으로서의 신의 정신의 관계를 건드리는 위대한 문제들은 정말 오래된 문제들이다.”(xxii)

앞에서 웹페이지를 통해서 뮐러의 저서들을 제대로 접할 기회를 갖게 되었음을 말했다. 참고로 우리나라 서점에서 ‘막스 뮐러’를 검색하면 49권이나 검색이 된다. 그러나 그건 헛된 숫자이다. 그 중에서 종교학 책은 <<종교학입문>> 1권이고, 무려 46종의 <<독일인의 사랑>>들이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인의 사랑>>이 장사가 되는 책이기 때문에 해적판이나 다름없는 대동소이한 번역들이 거듭하여 증식한 결과이다. 토나올 정도로 쏠려있는 우리 문화의 편식증의 단면이다.

추가)
서문 xv-xvi에는 중국의 최고신 개념을 둘러싼 가톨릭 선교사들의 논쟁이 소개되어 있다. 원시 하느님에 대한 주장과 단순히 유물론일 뿐이라는 주장 사이의 대립이다. 뮐러는 소개만 해 놓았지 어느 편을 들지는 않는다. 교황청의 결론도 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인다.
1873년의 글과 비교해보면, 다른 양상이다. <<종교학으로의 초대>>에서는 개신교 선교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상제가 God의 번역에 해당하며, 따라서 고대 중국에 하느님에 대한 신앙이 있다는 주장을 자기 이야기의 중요한 전거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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