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무교의 사후세계에서 재료를 발굴하고 현대화시켜 만든 웹툰 <신과 함께>, 웹툰의 요소들을 선택적으로 취합하고 판타지 장르의 영화적 비주얼과 관습으로 재가공한 영화 <신과 함께>. 결과적으로 영화를 통해 전통적인 사후세계를 알아보기 힘든 꼴이 되어버려 (나의 유일한 관심인) 교육적 가치는 영 없게 되어버렸다. 오늘 읽은 책에서 영화의 배경이 된 원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두 대목을 메모해 놓는다.
1. 진오기굿의 뜬대왕거리에 등장하는 시왕가망, 중디가망, 말명
영화에서는 저승사자의 역할이 무한히 확장되었지만, 원래 저승사자는 망자를 저승길 초입까지 데려오는 제한된 역할을 하고, 저승길 인도는 다른 신격의 역할이다. 다소 불분명한 점도 있지만, 이들이 저승길 인도를 맡은 이들이다.
(1)시왕가망: 망자가 저승으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해 모시는 저승의 본향신이다. 망자가 저승으로 갈 때 처음으로 청배하는 신이다.
(2)중디가망: 망자를 저승으로 데리고 가는 신이다. 이 때 망자가 가는 길은 강을 건너가는 길인데, 중디는 망자가 뱃삯 없이 강을 건너게 하고 험한 물마를 한데 모아 망자가 편안히 건널 수 있게 하는 신이다.
(3)말명: 시왕가망과 중디가망이 망자를 저승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 이승으로 오시는 존재임에 비해 말명은 이동할 수 없으며 십대왕 앞에서 망자를 업어내고 모셔내는 역할만을 한다.
이들은 모두 과거에 죽은 경험이 있는 신이다. 과거에 저승으로 갔기 때문에 망자가 십대왕 앞까지 가는 길을 잘 인도할 수 있다.
변지선, <<서울 진오기굿 연구>>(민속원, 2015), 221-225.
2. 진오기굿의 말미거리에서 <바리공주> 직후 구송되는 <지로귀무가>
지로귀무가에는 저승의 지도, 저승길을 통과하기 위해 유의할 사항이 나온다. 영화와는 물질적 상상력의 차이가 크지만, 무사 통과를 위한 게임의 룰이 존재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로귀무가>에는 망자가 가는 저승길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우선 칼산지옥, 불산지옥, 독사지옥, 한면지옥을 지난다고 노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이 길을 갈 때는 밟고 좁은 길을 갈 것이며 넓고 어두운 길을 지나치라고 하였다. 길신에게는 짚신을 벗어주고 매장각시에게는 고를 풀어주고 혼백에게는 속적삼을 벗어주고 산신에게는 명전과 부채를 주고 토신에게는 금을 주라고 하였다. 바위를 지날 때는 이랑대단을 전하고 문을 지날 때는 고깔을 전하고 십대왕에게는 다라니를 전하고 염불을 외우라고 하였다. 또한 붉은 옷 입은 선관을 따라 꽃을 꺽지 말 것이며 뒤를 돌아보지 말고 가라고 하였다.
변지선, <<서울 진오기굿 연구>>(민속원, 2015), 275.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