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가 신종교 현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이다. 종교에 관심없던 사람도 가끔 신문 지상에 오르는 신종교들의 기이한 행각에는 무척 관심을 보인다. 보통 '세상에 벼라별 종교가 다 있군'이라는 호사가적 관심에서 비롯하여, 과연 종교학이라는 학문이 그 '별종'들을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묻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대로 종교학이 벼라별 희안한 종교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학문은 아니다. 인류학이 세계의 이상한 인간들 모아다가 전시하는 학문이 아니라(혹은 그러기를 그치고) 인간에 대한 진지한 이해를 시도하는 학문이듯이, 종교학은 낯설게 보이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간임을 자각하면서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종교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뭐, 재미있는 종교 없어?"라고 물어보는 친구들을 가끔 만나게 되는데, 나는 그들을 만족시킬 재미있는 대답을 해주지 못한다. 그저 그것을 인간 현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건조한 대답만을 들려줄 뿐이다.
“새 종교는 왜 생기는가”, <<한국종교문화의 전개>>(1985)라는 정진홍 선생님의 옛 글을 읽다가 인상적인 대목들을 메모해 보았다. 신종교를 이해할 때 유의해야 할 것 중 하나는, 그것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기존 전통과 연속선상에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종교가 돋아나는 토양은 이제까지 있어 왔고 지금도 있는 기존 종교이다. 그 기존의 종교가 신흥 종교가 배태된 자궁이고, 바로 그 기존 종교가 신흥 종교의 산모이다.
당연해 보이는 이 진술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신종교들이 사고를 치는 것은 그 모태가 되는 기존 종교의 문제점들이 극단화된 형태로 불거져 나온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목사를 신으로 모시는 어느 교회, 헌금을 무지막지하게 모은 어느 종단, 황당한 부활 신앙과 치병 의례들, 종교 지도자의 비행.... 이런 문제들은 기존 종교들의 존재 양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다만 신종교들에서 세련되지 못한 형태로 극단화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신종교들에서 이런 문제가 일어날 때 기존 종교의 반응을 유심히 살펴보기 바란다. 문어발 자르듯이, 자신과는 별개의 문제로 돌린채 맹비난을 하기에 급급하다. 예컨대 "저 놈들은 사이비야." "저 자식들은 우리의 진리를 따르지 않고 삿된 이단의 교리를 따르기 때문에 그래." 라는 비난을 하고, 마귀의 농간에 놀아난 신도들을 욕하기에 바쁘다. 일견 옳아 보이지만, 문제의 핵심을 덮고 있다. 그런 비난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고 다만 다른 신종교 집단으로 신자들을 몰아갈 뿐이다. 신종교의 그릇된 행동을 비판하는 한편으로, 그러한 종교를 낳은 사회 환경과 그 모태가 된 종교 자신에 대한 성찰이 참으로 요청된다.
새로운 종교의 출현이 다른 시대보다 또는 다른 사회보다 많다고 여겨지거든, 그 ‘못된’ 새 종교를 없애 버려야겠다고 생각하기 보다 그 현상을 통해 현존하는 사회를 인식하고, 그리고 기존 종교의 모습을 읽고, 그리고 그 징후를 치유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종교는 없애서 없어지는 것이 아닌 것은 그것이 앞서 말했듯이 역사적인 어느 단계의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 안에 있는 의식의 구성요소이기 때문이다.
정선생님 글의 마지막 대목이 참 아름답다. 종교학이 하는 일을 선생님 언어로 요약해 놓으셨다. 그러고 나서 신종교라는 '종교 현상'에 대한 종교학자의 태도를 간결하게 써놓았다. 대상에 대한 애정마저도 느껴지는 이런 태도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것이지만, 나는 이러한 태도에 매우 동의한다.
사회를 묻고, 인간을 묻고, 인간의 물음을 묻고, 그 인간이 어떤 해답으로 사는가를 묻고, 그 해답의 모습을 묻고, 다시 그 해답의 상징적 표상이 문화 속에서 어떻게 구체화되어 있는가를 묻고, 그것의 역사를 묻고, 그래서 다시 사회를 물어가는 그 물음의 순례...새 종교현상이 지닌 정치사회적 함축을 간과하고 싶지도 않고, 그것이 가지는 흔히 쓰는 역기능을 부정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종교현상일 때 그 종교현상의 종교성을 투시해보면 거기에는 사람의 아픔과 꿈이 서려있음을 본다. 새 종교도 종교이고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종교적인 존재인 것이다.
(*사진은 askme2 님의 블로그에서 가져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