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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발제

베버, 직업(계층)과 종교에 대한 논의

by 방가房家 2023. 5. 10.

막스 베버의 고전, <종교사회학The Sociology of Religion> 6장을 읽고 정리한 내용. 이 책은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았다. 베버의 글을 세심한 고려와 까다로운 논리 전개로 이루어져 있지만, 여기서는 뭉툭하게 기본적인 요지만 추렸다. 베버 이론의 대강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하면서도 배움을 주는 것은 그가 전개하는 이론의 사례들 고찰을 따라가면서 것이다. 너무나도 다양한 종교 전통들을 거론하면서 그것들이 자신의 유형에 속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세밀하게 따지는 베버의 논의에서 대가의 시야를 배우게 된다. 그러나 이 요약에서는 그런 내용이 빠져 있다.
편의상 ‘직업과 종교’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이것은 사회의 발달에 따라 어떠한 계층들이 발달하였으며 그 인간 집단들이 갖고 있는 종교 성향에 대한 서술이다. 직업에 대한 공시적 고찰이 아니라 계층 발생에 대한 통시적 고찰이라는 점에 유의할 것. 이 장의 내용은 베버가 강조하는 윤리 종교의 “전달자”를 찾는 과정이다. 그리하여 이 장의 마지막 부분은 <개신교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통해 잘 알려진 베버의 테제에 도달하게 된다.

직업과 종교
Castes, Estates, Classes, and Religion

농부들의 종교

농민들은 자연에 강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합리적 체계화의 경향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엘리아데의 표현을 빌면 이들의 종교적 성향은 ‘우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농업이 중심적인 사회에서는 윤리적 합리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 훗날 유대교나 기독교의 발전 과정에서 농민은 합리적 윤리운동의 주역으로 나서는 법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농민들은 일차적으로 날씨 주술, 애니미즘적 주술과 의례에 관계되어 남아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윤리적 종교를 발달시킨다 해도, 그 초점은 신과 사제와의 관계에서 ‘주고받음’(do ut des)이라는 순전히 형식적인 윤리에 놓여 있었다.”(82) “농부가 신을 즐겁게 하는, 신앙심 깊은 사람의 특별한 전형이 된 것은 전적으로 근대적의 현상이다.”(83)

도시 종교 vs 시골 종교
이스라엘 종교에 농촌의 특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유대교의 발달(포수기 이후)과 기독교의 성립은 도시적인 현상이었다. “사실 초기 기독교는 도시의 종교였다. 한 도시에서의 기독교의 중요성은 그 도시 공동체의 크기에 직접적으로 비례했다.”(84) “초기 기독교에서 촌스러운 것(the rustic)은 단순히 이단적인 것(paganus)으로 취급받았다.”(83) 초기 기독교부터 전제되었던 개념으로는, 씨족 간의 터부 장벽을 넘어서는 초월성, 공적 지위(office) 개념, 기관(현실적인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된 구체적 실체)으로서의 공동체 개념이 있다. “구원의 윤리적 종교로서, 개인적 신앙으로서의 기독교의 독특한 특성은 사실상 도시 환경에서 배양될 수 있었다. 도시에서야 그 특성들은 봉건 세력들이 선호한 의례적, 주술적, 형식주의적 재해석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을 계속 얻을 수 있었다.”(85)

전사들의 종교
전사 출신 귀족들은 기본적으로 봉건 세력이었기 때문에 합리적인 종교 윤리의 전달자는 되지 못했다. 전사의 삶은 호혜적인 섭리와도, 초월적 신의 윤리적 체계적인 요구와도 친연성이 없는 것이었다. 전사 출신 귀족들이 예언자 종교와 함께할 때는 종교에 의해 전사들에게 약속이 주어지는 경우이다. 야훼가 성전을 통해서 히브리 인들을 그의 특별한 공동체로 삼았을 때, 그는 보편적인 신으로 재해석되었다. 무함마드는 이 모델에 의거해서 성전의 계율을 성립시켰다. 그러나 “이슬람이 근본적으로 군사적 종교로 남아있는 한, 구원의 윤리적 종교라는 성격을 가졌던 고대 이슬람의 종교 요소들은 배경으로 전락하게 된다.”(88) 군사적 신앙과 구원 종교의 연결이 취약함은 성전기사단, 시크교도들, 일본 승려 등 여러 예들에서 볼 수 있다.

관료들의 종교

문관(文官)들의 신앙에는 구원 유형의 종교에 대한 초기적 지향성이 보인다. 그들은 도시적인 생활 유형을 지니고 규율화된 질서라는 이상을 갖고 있다. “관료 계급은 일반적으로 비이성적인 종교에 대한 뿌리 깊은 냉대를 갖고 있다는 특성이 있으며, 다만 그러한 종교들을 백성들을 통제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는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89) 이 성향이 고전적으로 드러난 것이 유교이다. “유교의 특징은 구원에 대한 요청이나 윤리를 위한 초월적인 고정지점에 대한 요청이 전적으로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대신에 관료 계급에 알맞은, 본질적으로 낙관적이고 실용적인 관례들의 교리가 자리한다.”(90)

상인(장사꾼)들의 종교

사회적 책임에서 더 자유로운, 실질적으로 중산층이라 할 만한 사람들의 종교는 귀족이나 관료의 것과 대조를 보인다. 그들은 강하게 세속적인 경향을 보인다. 돈을 모으기에 바쁜 이들 생활에서 저세상 종교를 발달시킬 여유는 없다. 이들의 종교는 전적으로 비예언자적이다. 도교의 재물신에게 윤리적 특징은 보이지 않는다. 상인들이 활동하는 곳에는 종교에 대한 회의주의나 무관심의 태도가 퍼져있다.

상인(자본가)들의 종교 2
“그러나 위와 같은 이해할만한 초기 현상과는 반대로, 새로운 자본―더 정확히 말하면, 산업 사회에서 이윤의 획득을 위해 생산 산업에 지속적이고도 합리적으로 사용되는 자본(이것이 근대의 자본 사용의 특징이다)―의 획득이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회중 종교와 놀라운 방식으로 결합하였다.”(92-3) 유대교 공동체나 중세 중국의 이교 집단에서 윤리적이고 합리적인 종교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윤리적 종교와 합리적인 경제 발달의 가장 긴밀한 결합은 금욕적인 개신교와 소종파들에 의해 영향 받았다.”(93) “경제적 합리론과 특정 유형의 엄숙주의 윤리 종교 사이에 친화성”(94)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우리 논의에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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