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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자료/선교사문헌

언더우드 부인의 한국종교 서술

by 방가房家 2009. 9. 9.

Lillias Horton Underwood, <<Fifteen Years among the Top-knots>> (1904), 8-9.
[우리말 번역은, 김철 옮김,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이숲, 2008).]

언더우드 부인이 한국에서 겪은 일을 회고한 책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한국 종교 서술. 분명치 않은 표현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당시 선교사들이 공유했던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한국종교에 대한 평가는 ‘없음’에서 ‘쇠락’으로 전환되었음을 볼 수 있다. 1904년 초판의 내용 중 일부는 1908년의 개정판에서 삭제되었다. 아마 군더더기 표현이라 손을 본 것 같은데, 여기서는 1904년 판을 따랐다.


유교, 불교, 도교(Taouism) 모두가 한국인들에게 영향력을 미쳤으나, 지금은 모두 전에 가졌던 영향력을 크게 잃었다. 한국인 대부분은 어느 종교에 대해서도 신앙심을 별로 가지지 않는다. 단순히 철학적인 도덕 체계에 지나지 않았을 유교는, 조상숭배를 강제하는 법령 덕분에 백성들에 강력한 힘을 미치게 되었다. 한국인의 심성에 가장 강력(强力)하게 널리 퍼져 있는 미신에 의해 강제된 이 관습은 무쇠보다도 단단한 족쇄가 되어 한국인들을 묶고 있다. 법령 조목들 하나하나에 가장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조상들을 모시지 않으면, 무시 받은 귀신의 분노에 의해 무시무시한 재앙이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 이처럼 강요되는 예속 상태는 고되고 진저리나는 것이지만, 조그마한 부분도 누락되어서는 안 되며, 다른 교리를 받아들인 불행한 이들은 이 제사를 수행할 수 없다고 한다. 가장 신성한 권리를 지키지 못한 그런 사람은 집에서나 친구들에게 배교자 이상으로 취급된다. 불교는 지위가 떨어져서, 최근까지도 불교 승려들은 도성 출입이 금지되었고 이 나라에서 그들의 계급은 백정 다음으로 낮은 최하층이었다.
몇몇 불교 사원은 정부 재정이나 기부를 통해 유지된다. 여성과 어린이, 그리고 더 무지한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불교를 믿고 숭상한다. 이 계층은 또한 모든 종류의 무사한 악한 신격들―하늘, 땅, 바다에 퍼져 있는 신과 데몬들, 각종 질병의 신들, 별별 역할의 신들―을 숭배하고 두려워한다. 사탄과 공통점을 지닌 이 신들은 기도와 제사, 북소리, 종소리, 그리고 말할 수 없이 많은 다른 의식들로 달래어져야 한다.
한국인이 믿는 모든 신앙 대상들 위에는 눈에 보이는 하늘을 인격화한 천(天)이 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천은 구약에 나오는 바알과 동일하다. 그러나 모든 곳에서 이 낡은 미신에 대한 믿음은 점점 희박해져가고 있다. 많은 경우에 옛 관습에 대한 존중과 공론 때문에 이 신앙은 외적인 예배 형태로나마 유지되고 있다. 한국인들은 황야에 버려진 목자 없는 양떼와 같아 “야위고 굶주려 죽기 직전이다.” 그러므로 복음이 전달된다면 이 야윈 영혼들은 그리스도의 지배를 기꺼이 받아들여 안정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 우리 앞에 놓인 일들은 절망적으로 보였다. 감리교 형제들을 포함해 수십 명 남짓한 작은 무리를 이끌면서, 우리 대부분은 천사백만 인구의 이 나라에 오랜 기간 정착한 종교들 대신에 기독교를 소개하기 위해 한국어를 몇 단어씩 더듬거리며 말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것도 처음에는 몇몇 가난한 농민과 늙은 여자들만 대상으로 해서 말이다. 그러나 성공의 요소와 승리의 확신은 종교(the religion)의 신적인 속성에, 종교와 함께 우리를 보내신 전능하신 하느님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지식만이 우리에게 힘을 북돋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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