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벤 벨, 로티 벨의 편지에는 1890년대 선교사들의 크리스마스에 관한 디테일이 담겨 있다. 19세기 말 미국에서 새로운 풍속으로 정착된 크리스마스를 한국에 어떻게 들여왔는지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받은 것들, 물건의 정확한 의미는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 자세한 목록만으로도 만족이다.
유진 벨, 고영자 & 이은상 옮김, <유진 벨 선교 편지: 1895~1897> (보고사, 2022).
유진 벨의 1896년 크리스마스 기록
1897.1.2.
모두들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냈기를 바란다. 우리도 잘 보냈다. 우리는 난생 처음으로 산타클로스 노릇을 하고, 헨리를 위한 스타킹에 이것저것 작은 것들을 넘었다. 나는 로티에게 식당에서 쓸 걸이용 캠프와 몇 개 작은 것들을 선물했다. 로티는 내게 새 옷 한 벌과 책상용 회전의자, 캔디 등을 선물했다. 우리가 선물을 고르는 데 현명하고 실용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니?
의자와 다른 선물들도 얼마 전 영국 공사관에서 있었던 경매 때 미리 사두었다. 우리 각자가 벙커 부인에게 우리를 위해 물건을 사서 크리스마스 때까지 간직해 달라고 했고, 서로가 한 일들을 모르고 있었다. 이제 나는 아주 좋은 책상과 의자가 있다. 내 마음에 꼭 든다. 책상이 너무 멋있고 편리하다.(440)
유진 벨의 1897년 크리스마스 기록
1897.12.27.
크리스마스가 왔다가 지나갔다. 모두에게 즐거운 크리스마스였다. 로티가 내게 침실에 있는 내 서랍장 위에 놓을 커다란 거울과 손수건 열두 개, 털모자, 캔디 한 상자 등을 주었다. 나는 로티에게 사진액자와 은화 15불, 그리고 일 년치 <하퍼> 정기구독권을 주었다.(567)
로티 벨, 고영자&이은상 옮김, <로티 벨 선교 편지: 1895~1897> (보고사, 2022).
로티 벨의 크리스마스 기록. 여성의 크리스마스 기록은 더 꼼꼼하고, 세부 내용을 놓치지 않는다. 무슨 일을 했는지, 당시 분위기가 어땠는지 잘 알 수 있다. 1895년, 1896년 크리스마스 기록이다.
1895.12.26.
나는 크리스마스 준비를 월요일부터 시작했다. 맹세계와 내가, 항상 그랬던 것처럼 도웰 부인의 레시피대로, 건포도를 가운데 층에 넣고, 흰색 아이싱을 하고 그 위에 견과 빻은 것을 더했다. 내가 사용한 견과는 영국 햇호두로 이곳에서 자라는데 100개에 20~30센트를 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케이크를 위해서 노란색 아이싱을 사용했는데, 일부는 우리가 먹을 초콜릿 케이크를 아이싱하는데 사용했고, 일부는 건포도를 섞어서 밀러 씨의 남학교 학생들에게 나눠주게 했다. 땅콩과자와 코코넛, 그리고 캐러멜도 만들었는데 모든 것이 다 되었다. 화요일에는 계란 스펀지케이크 14개를 주로 남학생들에게 주기 위해 만들었고, 굴 파이를 만들기 위해서 파이 크러스트를 만들었다. 울프 씨의 그것처럼 되지는 않았지만 모두들 맛있게 먹었다. 화요일에 나는 점심 식사 직후 밀러 씨의 학교로 갔고, 조금 늦게 유진이 나를 위해서 참석했다. 남학생들은 안에서 미국식 게임을 하고, 마당으로 몰려 나가서 놀기도 했다. 그리고는 마루에 앉아서 빵과 식은 소고기, 내가 만든 케이크, 햄, 오렌지 등을 점심으로 먹고, 손수건, 비누, 케이크, 사탕, 오렌지 등을 담은 선물 봉지를 하나씩 받았다. 모두들 즐거워했다. 다 합해서 50명쯤 왔다. 화요일 밤은 여느 크리스마스이브 때처럼 바쁘게 돌아갔다. 레이놀즈 부인의 침실용 신발을 끝내야 했고, 다른 선물들을 포장해야 했고, 하인들에게 줄 선물봉지도 채우고, 부승이의 것도 채우고, 유진한테 줄 선물도 정리해 놓아야 했는데, 그래도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었다. 이튿날 아침, 너희들이 크리스마스이브 잠자리에 들 시간에 우리는 서로 선물들을 주고받았다.(296-297)
1896.12.20.
이번 주에 헨리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에다 생일 선물까지 구입했다. 미국의 몇몇 주일학교에서 여기 감리교 여선교시들에게 한국인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크리스마스 선물들을 보내왔다. 그들이 필요한 것보다 물건이 더 많아서 지난 주 어느 날 세일을 했는데 장난감, 펜, 골무, 인형 등등이 있었다. 나는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솜을 넣어 만든 커다란 고양이를 사고, 또 인형 하나를 생일 선물로 샀다. 그리고 나는 어머님께서 나에게 보내 주셨던 전통적 복장의 여인들의 예쁜 그림과 같은 크기의 그림 하나를 내가 가지려고 5센트 주고 사서 그것을 내 다른 하얀 액자에 넣어 걸었다. 내가 산 그 그림은, 네가 보았을지도 모르는데, 초록색의 오목한 접시에 빨간 장미 하나가 꽃혀 있고 플랑드르 장미들이 고개를 내민 그림이다.(350)
마룻바닥에 앉자마자 그들이, "부인, 언제가 예수님의 생일인가요?" "우리를 초대하실 것인지요?" "작년에는 차 부인(미스 테이트)이 아주 커다란 나무에 등을 많이 달았는데 보기에 아름다웠어요." 그리고 "차 부인이 저희에게 주머니(내가 너희에게 보내준 담배 주머니 같은 것인데 헝겁으로 만들어진 것)를 주었어요." 또 "차 부인이 저희에게 모자를 주었어요" 등등 말을 하고는 끝에는 "아이고, 아주 멋있었어요"라고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에게 크리스마스가 언제인지 알려 주고, 그날 그들을 초대할 것이지만 작년에 미스 테이트가 했던 것처럼 좋은 시간이 될지는 약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몇몇 아이들은 새로 온 아이들이었는데, 미국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세상 어디서건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면 아이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사람의 본성은 세계 어디서나 똑같다. 우리가 우리의 영어 예배에 가기 위해 대문을 나서는데, 주일학교에는 들어오지 않았던 사내아이 하나가 급히 달려와서, "예수님 생일이 언제 와요?"라고 물었다. 그 아이가 무언가를 받을 것을 기대하고 크리스마스 때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웃에 있는 아이들 모두에게 선물을 줄 수는 없고, 그렇다고 크리스마스 때 오는 아이들을 실망시키는 것도 싫다.(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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