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편의 기사가 실려 있다. 앞의 추호(秋湖)의 글은 상당하다.
서양의 풍속에 대한 상당한 경험과 조예를 자랑하는 글이다. 크롬웰의 크리스마스 금지를 언급할 정도면 역사적 지식도 상당히 뛰어나다. 마지막에 한국의 크리스마스 풍속이 점차 세속화되어감을 지적하고 있는데, 아직은 심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잡지명 <<동광>> 제8호
발행년월일 1926년 12월 01일
기사제목 「크리스마스」 종소리, (메리크리스마스와 노오크리스마스)
필자 秋湖 추호
「크리스마스」 종소리, (메리크리스마스와 노오크리스마스)
秋湖
The time draw near the birth of Christ;
The moon is hid, the night is still;
A single church below the hill
Is pealing; folded in the mist
Ring out the old, ring in the new,
Ring happy bells across the snow,
The year is going, let her go;
Ring out the false, ring in the true-Tennyson
「크리스마스」종소리! 그 얼마나 반가운 말인지 말만 들어도 벌서 몹시 기쁘고 고마운 인상을 주는 것이외다. 듯는 사람의 맘을 슬그먼이 부드럽게 하고 따뜻하게 하는 것이외다. 거진 2,000년을 두고 구미의 몃 억만 창생이 이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종소리」에 그 얼마나 만흔 위로와 기쁨을 바닷스랴?
전선(戰線)에서 금시에 서로 총질을 하고 피를 흘리다가도 감옥에서 방금 징역선고를 밧고 혹 사형이 림박한 죄수도 금전의 리해의 눈이 벌개서 다투고 싸우던 상인도 한 해가 저믈어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모든 것을 내던지고 「크리스마스」 지낼 준비를 하다가 마침내
크리스마스 날 새벽이 이르러 멀리 성당에서 울어오는 「크리스마스」 종소리를 딸아
『기쁘다 구주 오섯네
만 백성 마즈라』
하는 어느 딴 세상에서나 들리는 듯이 온연하게 고요한 겨을 새벽 공긔를 울리며 들리는 천사 가튼 젊은 남녀 성가대(聖歌隊)의 기쁜 「크리스마스」 찬송을 듯게 되면 그들은 흔연이 맘 가온대 옛날 유대 베들레헴 야외에서 양치는 목자의 꿈을 놀래 깨게 하던
『지극히 노픈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고
땅에서는 기쁘심을 입은
사람들이 평안할찌어다.』
하던 천사의 찬송을 꿈꾸면서 혼연히 기뻐하며 감사의 눈물을 흘림니다.
이날은 원수가 원수끼리 가돗고 때리던 관리와 매 맛고 욕보던 죄수가 으르대고 야단하던 채귀와 졸리고 수모밧던<39> 빗쟁이가 서로 서로 손을 잡고 『메리크리스마스』를 말하고 피차에 복을 빌리다.
이러한 것은 결단코 그리스도교 신자에게만 한한 것이 아니라 서양사람들은 대체로 옛날부터(대개 중세긔부터)이 「크리스마스」의 감화를 만히 바다 오는 것은 력사와 아울러 그네들의 문학을 보아서도 알 수 잇슴니다. 빅토유고의 「라, 미제라불」을 보던지 「부활」을 보던지 듹켄스의 「크리스마스캐롤」을 보던지 그 외에 체홉의 단편을 보던지 그 밧게 무수한 동화(특히 「안델센」의)를 보던지 그네들의 생활과 「크리스마스」와는 서로 떠날 수 업는 기픈 인연이 잇는 것임니다.
이 「크리스마스」가 서양사람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여간 우리네의 추석이나 설날에 비길 바가 아님니다. 력사적으로 뿌리 기피 박힌 이 절일에 대한 전통적 사상과 습관은 그네들에게 여러가지 귀하고 아름다운 감격과 축복을 주며 여러 가지 유익과 쾌락을 주는 것이외다.
「크리스마스」가 그러케 힘잇게 그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첫째 그것이 민족과 국경을 초월하여 국제적 축일이 되는 까닭임니다. 아프리카와 같은 문화가 업는 대는 말할 것도 업고 그리고는 아세아주 대부분을 내노코는 전 세게가 다 가티 이 축일을 지키기 때문에 근대에 와서는 거진 전 세게의 온 인류가 이날을 기뻐하기 때문에 이것은 국제적 축일이라고 아니할 수 업슴니다.
그러기 때문에 지나간 유로파대전 때에도 그 전쟁 그것은 죄악이요 비극이엇지만 그러한 참극 가운대서도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당하면 총과 칼을 거더치이고 어젯날 원수가 친구가 되어서 서로 축복을 하는 가운데 눈물이 날만한 미담이 만핫던 것임니다.
그리고 전쟁이 끗난 다음에(전중에도) 덕국의 부모 업는 아이들 자식 업는 늙은이들을 위하여 「크리스마스」 례물을 모아 보낸 일이 잇슴니다. 련합국이 독일 사람을 위하여 보낸 일 가튼 것은 참 아름다운 일임니다. 이러한 일둘은 동양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업는 일임니다. 만일 세게에 참 평화가 와서 새 세게가 된다면 그 새 세게상의 평화의 잔치는 분명이 「크리스마스」날은 긔약하여야 될 것이라 함니다.
다음에는 「크리스마스」에 빈민구제와 자선사업하는 일임니다. 모든 회사나 은행이나 상점에서 휴가를 하는 것은 물론이요 사장이나 주인되는 사람이 그 미테 고용하던 사람에게 상여금을 주고 례물을 주고 대접을 하여 기쁘게 하고 병중에 잇는 사람이나 그에게 불행한 가운대 잇는 사람은 특별히 도아 주고 위로하여 줌니다.
그리고 교회에서는 물론이요 청년회나 학교 가튼대서는 크게 활동하여 돈을 거더 가지고 시내의 동리 동리 골목 골목 집집이 차자 보아서 돌아보는 일이 업시 가난한 사람 외롭고 불상한 사람에게 례물을 논아 줌니다.
영미국에서는 『화잇크리스마스』(힌크리스마스)라고 하여 은전을 모아 빈민을 구제하고 례물을 힌 것으로 싸서는 부모 업는 아이들 모든 불상한 사람들 개인 개인에게 례물을 보내는 풍속이 잇다 함니다.<40>
또 「크리스마스」 때에는 각 신문사에서 크게 활동한담니다. 일변으로 부자로 하여곰 돈이나 물건을 긔부하게 하고 일변으로는 고아나 의지 업는 사람을 아는 대로 신문사로 긔별하게 하여 어언 이때에는 한 사람도 례물을 밧지 아니하는 사람이 업도록 힘쓴다 함니다.
작년 겨을에 경성시내의 서양 사람들이 돈을 모우고 물건을 모아서 특별히 수해 당한 이들을 조사하여 쌀과 나무를 주고 옷과 이부자리를 보낸 것도 「크리스마스」의 덕임니다.
셋재에는 가정의 위안을 누리는 것임니다. 이것 역시 다 아는 것이어니와 「크리스마스」 때에는 일년동안 멀리 헤여지고 떠나 잇던 식구들도 할 수 잇는 대로 한 곳에 모임니다. 부모가 잇스면 그 부모 잇는 곳으로 모임니다. 그리하여 아이들을 위하여 「크리스마스 나무」를 세우고 단장을 하고 「크리스마스 스타킹」이라는 그물가튼 버선에다가 아이들이 기뻐할 례물을 너헛다가 난우어 주어 기쁘게 하고 왼 가족이 서로 례물을 바꾸어 가짐니다. 이 날에는 싸움하고 해어지엇던 내외가 다시 만나고 자식을 버리엇던 부모가 자식을 다시 찻고 부모를 버리엇던 자식이 다시 돌아옴니다.
나는 언젠가 아버지가 불의의 아버지라고 외로운 아버지를 버리고 그 애인에게로 달아난 딸이 「크리스마스」 때를 당하여 그 아버지에게서 『금년에도 크리스마스 나무를 해 세우랴 말랴』하는 전보를 바다 보고 불상한 아버지를 생각하고 슬피 울면서 아버지를 차자 가는 활동사진을 보고 눈물을 흘린 일이 잇슴니다.
다음에 「크리스마스」의 특색은 아이들을 기쁘게 하고 아이들을 위로하는 것임니다. 그러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 「크리스마스」를 퍽 기다림니다. 「크리스마스」는 어린이 본위의 명절이요 어린이의 날이라고 하여도 과연이 아님니다.
우에 말슴한 바 「크리스마스」를 지키는 여러 가지 졀차와 습관은 다 그날 나신 이의 본의를 딸아서 행하는 것이지오마는 「크리스마스」라고 반듯이 신성하게 지키고 반듯이
모든 사람에게 기쁨과 위로를 주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업슴니다.
마치 조선에서 정월 명절이 부귀하여 잘사는 사람에게는 설날이 되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설은 날이 되는 셈으로 「크리스마스」엔들 어찌 한편에서는 잘 사는 사람들이 불을 더웁게 피우고 더운 김으로는 칠면조 요리에 향긔나는 포도주에 황금과 진주의 례물에 정신 업시 취하여 환락을 극하는 동안에 한편에서는 헐벗고 굼줄여서 떨고 울면서 부르짓는 사람 춥고 배고파서 얼어 죽는 사람을 구경하게 되는 일이 업겟슴니까. 「크리스마스」라는 것을 한갓 놀고 먹는 명절로 생각하여 먹고 마시고 음탕하게 놀기로 일삼는 사람들도 잇슴니다.
영국의 크롬웰은 당시에 백성들이 「크리스마스」의 본의를 이저버리고 술을 취하고 도박을 하고 싸움을 하고 젊은 남녀가 음탕하고 란잡하게 놀아서 그 페단이 넘우 심함으로 No Christmai; 「크리스마스」 지키지 말라는 령을 내리엇슴니다. 순경을 시키어서 거리거리 골목골목으로 『노오 크리스마스』를 웨치고 돌아다니게 하여 백성들로 하여곰 「크리스마스」 지키기를 금한 일이 잇섯슴니다.
하필 크롬웰 때겟슴니가. 지금도 서양에는 『노오 크리스마스령』을 내리어야<41> 할 일이 만히 잇슬 줄 앎니다. 그리고 조선에서도 차차 크리마스의 페해가 생기기를 비롯함니다. 매우 조심하여야 될 줄 앎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는 여전히 비록 몃칠 동안이나마 인류사회에 평화의 기쁨을 일으키며 평등의 정신을 격동시키는 일 아울러 불상한 이 가난한 이를 돌아보고 연약한 어린이를 기쁘게 하며 온 세게의 모든 사람이 일년 동안의 괴롭고 고달픈 생활을 쉬고 하로 이틀이나마 맘껏 쉬고 즐기는 날을 가지게 하는 공은 이로 한업시 큼니다. 여간 우리네의 「설날」은 여긔에 비할 수도 업슴니다.
바라기는 우리네에도 일년에 하로나마 빈부귀천을 물론하고 한 사람도 빠지지 아니하고 맘껏 힘껏 즐기는 날이 잇섯스면 고맙겟슴니다. 우리들에게는 일년 내내 아니 한 평생에 모든 사람이 다 가티 맘껏 한껏 즐기고 기뻐하는 날이 업슴니다.
바라기는 「크리스마스」 하로에만 말고 언제던지 세게에 평화와 자유의 기쁨이 실현되기를 「크리스마스」의 주인되시는 이의 정신이 실현되기를.
그리스도가 탄생한 때는 가까웟도다.
달이 숨고 밤은 고요한데
산 미테 홀로 우뚝 선 교당은
안개 속에서 벗겨저 나오며
종소리 요란하도다.
묵은 것은 울려 보내고
새 것은 울려 오너라
울려라 힌 눈을 건너서 울려서
기쁘고 복된 종소리 울려라
가는 해는 가게 두어라
거짓은 울어 보내고
진리는 울려 오너라
사람의 맘을 약하게 하는
모든 근심을 울려 보내라
부자와 빈가의 싸움을 울려 보내고
온 인류에게 구원을 울려 오너라.
테니슨의 「임메모러암」에서<42>
<39-42>
잡지명 <<동광>> 제8호
발행년월일 1926년 12월 01일
기사제목 크리스마스 雜話
크리스마스 雜話
해마다 12월 25일을 「크리스마스라」하여 耶蘇 誕日로 지키지마는 이것이 진정한 생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古代 敎會에서는 혹 正月 4월 5월에 誕日을 지킨 기록이 잇고 聖經의 기록대로 말하면 耶蘇가 날 때에 牧者들이 들에서 羊을 지키엇다 하니 12월은 「팔레스타인」의 가장 비 만흔 시절로 牧者가 들에 羊을 먹일 理가 업는 것이다.
冬至日이 天文學上으로 중요한 날로 認定된 것을 中古 獨逸民族에 發見할 수 잇스니 이 冬至日의 祭*이 基督敎에 들어와서 誕日놀이가 된 것인가 한다. 基督再生日을 春分時에 지키는 것과 好對照가 된다.
淸敎徒가 美國으로 처음 건너 왓슬 때에 그들은 이 「크리스마스」가 舊敎의 發明品이라 하며 排斥하고 所謂 「感謝節」이란 것을 새로 정하여 「크리스마스」를 업시하려 하엿스나 習慣의 힘이란 무서워서 從是이 風俗을 絶滅시키지 못하고 12월 25일의 祝祭는 더욱 융성하게만 되어왓다.
「크리스마스 카드」는 西洋人의 年賀狀이니 「크리스마스」 때의 행복과 新年의 萬事亨通을 祝하는 뜻으로 知己間에 서로 바꾸는 書狀이다. 식그러운 세상에서 한 때나마 이런 기분을 맛보는 것이 心理的으로 위안이 되고 원기가 생길 만도 한 일이다. 「웃음」은 健康의 根元이라 하지 안는가.
「크리스마스 캐롤」-이것은 誕日 때에 부르는 노래들이니 其中에는 아름다운 曲調가 만히 잇다. 눈싸인 새벽에 멀리서 즐거운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 노래 소리를 들으면 靖肅하고도 和樂한 感想이 自然 일어난다.
「크리스마스 추리」는 그날 裝飾하는 나무니 푸른 닙 달린 나무가지를 찍어 세우고(或은 화분의 향나무를 심어 노코) 솜과 金銀色 실로 장식하며 洋燭을 켜서 밝게 하고 각종 선물을 걸어 둔다. 一家가 會合하여서 그 「추리」를 중심으로 愉快한 一夜를 지낸다.
「크리스마스」의 別食은 통채 삶은 七面鳥니 世上이 다 즐기는 誕日에 오직 七面鳥만은 不然.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 前日夜에 굴둑으로 들어와 잠자는 어린애들에게 선물 주는 奇特한 노인. 北極의 馴鹿을 타고 하로 밤 사이에 전세계 各色 人種을 다 歷訪한다. 아동들은 그 선문을 밧기 위하여 양말을 걸어 두고 잔다. 그러나 아무도 그림에서 보게는 그 奇特한 노인을 본 사람은 업다.<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