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초 혜문스님과 안민석 의원의 미국 방문으로 애국가 작사가 논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내가 읽은 책은 <<애국가와 안창호>>(흥사단, 2013). 이 책은 윤치호가 아니라 안창호가 애국가의 작사자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하기 위해 흥사단에서 낸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오히려 윤치호가 작사자라는 주장에는 문헌적 근거가 있는 반면에 안창호 쪽 주장은 구전과 믿음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 판단은 큰 의미가 없고, 이 논쟁의 주요 자료와 내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간단히 정리한다.
1. 애국가 가사의 원형이 등장하는 것은 1908년에 발행된 <<찬미가>> 재판이다. 표기법과 몇몇 단어를 제외하고는 현재 형태와 동일하다. 이 책의 편집자(역술譯述)는 윤치호이다.
2. 윤치호는 1945년 사망하기 몇 달 전에 자식들 앞에서 자신이 애국가 작사자임을 밝히고 다음과 같이 가사를 손수 쓰고 ‘윤치호 작’이라고 덧붙였다. 이 문서로 윤치호 작사가 ‘증명’되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윤치호 스스로는 자신이 작사했다고 생각했음은 보여준다. 이 문서는 해방 직후, 친일행각을 하던 윤치호가 벼랑 끝에 몰린 특수한 상황에서 작성되었다. 에모리대학에 보관되어 있는 이 문서는 이번 방문을 통해 정식으로 공개되었다.
3. 애국가 작사에 대한 설명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1948년 10월 8일 <동아일보> 기사 “애국가고”(박은용)이다. 이 기사에서 윤치호의 가사집이 언급된다.
4. 내가 궁금한 것은 애국가의 ‘하느님’의 정체이다. 윤치호가 작사했을 가능성이 크다면, 이것은 두말할 것 없이 기독교 하느님이다. 당시의 다른 애국가 가사에도 “하느님이 보우하사”와 비슷한 구절들이 발견된다. “상제上帝는 우리 황제를 도으쇼서”(대한애국가) “황천皇天이 도우샤”(무궁화노래) 상제는 기독교 개념인 반면에 황천은 대한제국기에 새로 다듬어지는 천 상징체계에 속한다고 생각된다.
의문이 하나 남는다. 왜 1908년 <찬미가>에 아래아가 아니라 ‘하나님’이라고 표기되었을까? 1945년에 윤치호가 다시 쓸 때도 ‘하나님’은 유지된다. 1900년대초 하나님과 아래아 하나님 표기의 공존에 대해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5. 애국가 가사는 임시정부를 거쳐 수정되었다. 책에서는 “1916년 신흥강습소를 인수한 대종교에서 ‘하나님’을 ‘하느님’으로 바꾼데 대해 안창호는 글자 한 자를 바꾸어 기독교의 애국찬미가를 온 겨레가 부르게 종교의 경계를 넘게 한 의의는 크다고 평했다.”고 되어 있다. 현재 우리가 애국가 ‘하느님’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부분이 어느 자료에 근거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